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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쩍’‘우르릉 꽝’ ‘깔깔’…베스트셀러 ‘용선생 한국사’ 9곳 저작권 침해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학습교양서 ‘한국사편지’의 저자 박은봉씨가 사회평론이 펴낸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를 상대로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일부 저작권침해사실을 인정했다.

박 씨는 ‘용선생한국사‘가 131곳에서 문자적 유사성이 발견된다며, ’한국사편지‘를 저본으로 삼아 표절했다는 주장 아래 책 폐기와 5억1000만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학습물의 창작성을 어느범위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진 이번 소송에서 재판부는 ‘한국사편지’와 ‘용선생한국사’에서 구조적, 비문자적 유사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한국사편지’를 저본으로 삼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원고가 문제로 삼은 131곳의 저작권침해 주장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9곳에서는 문자적 유사성이나 원고 표현의 창작성을 인정, ‘용선생한국사’에서 9곳을 삭제할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가 저작권침해로 적시한 9곳 중 하나는 ‘한국사편지’13쪽에 나오는 ‘블의 발견’과 관련된 내용으로 “깜깜한 밤중에 ‘번쩍’하고 하늘을 가르는 번갯불과 ‘우르릉 꽝’하는 천둥‘이 얼마나 겁났겠니?”란 내용이다.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에서는 “어느 날 하늘에서 ’번쩍‘하고 번개가 치고,’우르릉 쿵쾅‘ 천둥 소리가 나더니 산불이 난 거야.”로 서술돼 있다.

또 ‘발해의 길’과 관련한 내용에서는 한국사 편지의 경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을 낳았듯이, 발해도 넓은 영토를 효율적으로 다스리기 위해 길을 닦았단다. (중략) 한마디로 ‘모든 길은 상경으로 통한다.’고나 할까?”(1권207쪽)로 서술된 데 비해, ‘용선생~’에선 “‘넓은 땅을 효율적으로 다스리기 위해선 길을 잘 닦아야 한다.(중략) “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가 아니라 ‘모든 길은 발해로 통한다’네요.”라고 쓰여 있다.

고려 의종때 나이 많은 장군 이소응이 젊은 무신과 겨루다 힘에 부쳐 기권하자 왕의 총애를 받고 있던 문신 한뢰가 이소응의 뺨을 때려 섬돌 아래로 굴러 떨어져 왕과 신하들이 깔깔대며 웃은 사건을 다룬 내용도 재판부는 유사성을 인정, ‘한국사편지’ 손을 들어줬다.

이에 사회평론과 ‘용선생’저자는 법원의 의견을 존중 책의 9곳을 삭제하기로 결정하고, 관용적 표현을 원고의 창작성으로 인정한 것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키로 했다.

‘한국사편지’(전5권)는 2002년 출간돼 200만부가 판매됐으며, ‘용선생 시끌벅적 한국사’(전10권)는 2012년 첫권이 나와 현재 80만부가 나간 베스트셀러다.

‘한국사 편지’의 저자 박은봉씨와 출판사 책과함께는 지난 8월 ‘용선생’이 문자적 유사성과 말투, 구성 등이 ‘한국사’와 유사하다며, ‘용선생’을 저작권침해로 소송을 제기했다. ‘용선생’측은 이 책이 사실인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만들어진 기능적 저작물로서 역사적 사실, 정보는 바뀔 수 없고 앞선 저작물과의 유사성을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따라서 이번 1심 재판부가 ‘한국사’측이 저작권침해로 제기한 131곳 중 9곳에 대해서만 인정한 것은 학습물에서 일반화된 표현방식을 제외한 원고만의 창작적 표현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향후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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