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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쿄의 삼겹살, 서울의 오뎅…한일 밥상지교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미스터 초밥’은 한국으로, ‘식객’은 일본으로. 이자카야 오뎅은 한국으로, 삼겹살 구이, 김치찌개는 일본으로.

한국민과 일본인이 음식을 매개로 심리적 공감을 넓혀가고 있다. 한일 간 음식문화 교류는 700년 가량 전인 14세기, 국내에 왜관이 설치되던 무렵 부터 시작됐지만, 본격화한 것은 19세기 후반 인천, 부산, 목포가 차례로 개항된 때 이후로 보아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중세와 근세에는 우리가 문화적으로 일본에 이식한 것이 많지만, 개항이후엔 일본 음식문화가 대거 유입되고, 현대에 들어와서는 누가 더 많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호교류가 활발하다. 음식을 매개로 한 ‘밥상지교’이다.

100여년전 국내에서 처음 들어온 일본 음식은 ‘오뎅’, ‘덴푸라’, ‘스시’ 등이다. ‘돈가츠(豚カツ)’, ‘카레’ 등 일본식 양식도 생경한 모습으로 상륙했지만 우리 입맛에 맞았다.



돈가츠는 다시 한국화한다. 깍두기가 필수품으로 등장한 것이다. 일본에도 단무지 등 절인 무우 계통의 반찬을 곁들이는 문화가 생긴다.

돈가츠는 경양식집의 대표주자. 정동에 있던 레스토랑, 이른바 ‘칼질하는 집’ ‘이따리아노’는 있는 집안의 맞선 약혼의 단골장소였다.

서울토박이 조성숙(69)씨는 “특별한 행사한 날에만 갔죠. 웃어른하고 약속했다든가, 점잖은 자리. 이렇게 초대도 받고 저도 가보면서 몇 번 다녀봤어요”라면서 그시절 레스토랑 갔던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음식문화의 대변화는 일본에서 유입된 조미료문화이다. 일본 조미료 기업 아지노모토가 화학조미료를 국내에 공급하다 60여년전 한국 자생적 기업이 생겨났다. 몸에 해로운 줄 모르고 어떤 음식이든 맛을 평정하는 조미료에 중독된다.

안영숙(63)씨는 “직장 동료 중에 별명이 ‘미세스 미원’이 있었어요. 퇴근하고 집에 가면 어머니가 식사 준비 마무리 지을 때잖아요. 죄송하니까 미원을 딱 들고 있다가 ‘어머니, 미원 넣을까요?’ 묻고 ‘오냐!’ 하시면 미원을 탁탁 넣는 게 자기 역할이라네요“라고 말한다.

김진광(68)씨는 “아지노모토 치니까 굉장히 음식 맛이 좋더라. 그때 유행처럼 퍼졌던 것 같아요. 만병통치약 처럼 많이 치면 맛이 좋은가 보다 하고 많이 쳐서 먹어본 적이 있는데, 좀 어질어질한 적이 있어요”라고 회고했다.

우리 정부 주도의 혼식, 분식 장려 속에 라면 열풍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도 한일 음식문화 교류의 중요한 족적이다.

현대에 이르면 두 나라 음식은 서로 영향을 미친다. 때론 이웃나라 맛 그대로 선보였고, 때론 퓨전형으로 재탄생했다. 일본의 야키니쿠(燒肉) 음식류는 한국의 구이문화가 건너간 것이다.

도쿄의 선술집 중 삼겹살 굽는 곳을 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우리 불고기가 일본에 전해져 변화되면서 각종 퓨전형 양념과 소스가 창조되기도 했다.

김치찌게 역시 키무치찌개(キムチチゲ)로 일본에서 인기 식품으로 거듭나는 동안, 서울의 이자카야 오뎅은 아직도 한국인 최고 인기 먹거리중 하나이다.

일본의 ‘미스터초밥’, 한국의 ‘식객’ 만화는 상대국 국민의 최고 인기 음식콘텐츠로 인기를 누렸다.

국립민속박물관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일본 국립민족학박물관과 함께 ‘밥상지교’ 특별전을 오는 9일부터 내년 2월 29일까지 이 박물관 기획전시실1에서 개최한다. 대표적인 교류 음식 7개 밥상이 한개 씩 전시관을 차지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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