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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스텐 홀러, 우리가 모르는 세상의 반쪽을 보여주다
곤충학자 출신 스웨덴 설치미술가
31일까지 PKM갤러리서 한국 첫 개인전


반쪽의 작품 설치통해 신세계 조우 제안
“예술가는 또다른 세상 보여주는 자”피력


우주의 신비만큼 난해한 작업이다. 전시장엔 알아들을 수 없는 기호들이 떠다닌다. 벨기에 출신으로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활동하고 있는 카스텐 홀러(Carsten Hllerㆍ54)의 작품들이다. 

그는 세계 유수의 미술관이 주목하는 작가다. 뉴욕 뉴뮤지엄, 런던 테이트모던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도쿄 모리미술관의 그룹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제50회, 51회 베니스비엔날레 참여 작가이며, 제8회, 10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으로 한국과도 인연을 맺었다.

카스텐 홀러의 한국 첫 개인전이 지난달 25일부터 12월 31일까지 PKM갤러리(서울 종로구 삼청로)에서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 그의 이름은 아직 생소하지만, 2006년 테이트모던 터바인홀에서 선보인 미끄럼틀 작품으로 공간에 대한 관람객의 인식 체계를 뒤흔들며 설치미술의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았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불포화상태(Unsaturation)’라고 말했다. 회화나 조각처럼 단정적(Finished)이지 않고 열려 있는 결말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소마(Soma)’ 프로젝트는 독버섯을 이용한 작업이다. 소마는 고대 종교의식에 이용됐던 신주(神酒)로 일종의 환각성 음료다. 초가을 참나무에서 자란 광대버섯을 사슴에게 먹인 후 그 배설물을 받아 마신다. 처음 먹었을 땐 광대버섯의 독성 때문에 토하고 기절까지 했었지만 여섯번째 먹었을 땐 환각 상태에서 독일어로 티벳 노래(Chant)를 중얼거리게 됐다고. 

Soma Series III, C-prints on Alu-Dibond, wood, acrylic glass frames, Five different compositions 101×114㎝(image size), Ed. 1/3, 2008 © Carsten Höller. Courtesy Gagosian Gallery


올 여름 런던 헤이우드갤러리에서 연 개인전에서는 관객들에게 식물에서 추출한 압생트(Aabsinthe) 원료 등을 섞은 치약을 바르고 잠들게 했다. ‘합법적’인 재료들로 일종의 항정신적 성분을 만들어 주술의 세계에 빠지도록 한 샤머니즘적 의식이다.

PKM에서 선보인 작품들도 비슷한 맥락에 있다. 형광색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사슴, 문어 등은 겉은 부드러워 보이지만 손으로 들어보면 암석처럼 단단하다. 위 아래가 뒤집혀 보이는 고글도 벽에 걸어 놨다. 대상과 장소에 대한 낯선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관습적으로 인식해왔던 것을 의심하고 뒤틀어보도록 유도하는 장치들이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들을 하는 이유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현실의 삶 이외의 것들을 찾아 경험해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작가의 역할이 마치 초현실 세계로 이끄는 제사장 같다고 하자 “나는 잘 알지 못하는 인생의 어떤 부분을 실험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국 개인전에서의 전시 타이틀은 ‘50%’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한 채 살고 있는 세상의 절반에 대한 경험을 제안한다는 의도다.

‘침팬지’ 시리즈에서 이러한 의도는 조금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작가는 침팬지와 자신의 이마에 똑같이 하얀 점을 찍어 놓고, 침팬지가 이를 인식하는지 실험했다. 침팬지는 작가에게 먼저 다가와 작가의 손을 잡아 주고 서로의 이마에 있는 하얀 점을 지웠다. 이질적인 두 세계가 합일했다.

벌레의 후각을 연구하던 곤충학 박사에서 미술가의 길을 걷게 된 카스텐 홀러의 작품은 전시장에 놓인 사진, 설치 등의 결과물만 보고선 그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도 만져보고, 경험해보시라. 전시장에 있는 비정형 공을 던져보고, 바닥에 납짝 엎드린 동물 조형물도 들어보고, 거꾸로 보이는 고글도 써 보시라. 알지 못했던 나머지 반쪽 세계에 한발짝은 더 다가가게 될지 모르니.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사진제공=PKM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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