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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예술단체 돕는 슈퍼리치 후원자들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7일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의 국내 은퇴작 ‘오네긴’을 관람했다. 이 부회장은 국립발레단의 공연을 꾸준히 관람하고 지원도 하고 있다. 단순히 예술 감상을 넘어 많은 사람들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예술단체들을 후원하는 국내외 슈퍼리치들이 적지 않다.
 
한국 후원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왼쪽)과 해외 후원자 사라 제시카 파커

해외 후원자들=영화 ‘미션 임파서블’ 등에 출연했던 배우 알렉 볼드윈은 미국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이사회 멤버다. 뉴욕필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진 그는 ‘더 뉴욕필하모닉 디스 위크’라는 라디오 방송도 진행했다. 그는 지난 2012년 뉴욕필 음악감독이었던 주빈 메타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내며 뉴욕필에 100만달러(약 12억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인기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유명한 사라 제시카 파커는 미국 뉴욕시티발레단의 이사다. 뉴욕시티발레단은 사라 제시카 파커의 아이디어로 2012년부터 유명 패션디자이너와 안무가의 콜라보레이션 패션쇼를 열고 있다. 첫해에는 발렌티노가 참여했다. 올해는 패션쇼를 통해 267만달러(약 31억원)를 모금했다. 

영국의 로열발레단은 찰스 왕세자의 후원을 받고 있다. 찰스 왕세자는 로열발레단 뿐만 아니라 웰쉬국립오페라단,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등 영국 예술단체들의 공연을 정기적으로 관람하고, 모금 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빌 게이츠와 함께 1975년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 창업한 폴 앨런은 학창시절 지미 헨드릭스에 열광했다. 수십년이 지난 뒤 그는 미국 시애틀에 비영리로 운영되는 음악박물관 EMP뮤지엄을 세웠다. 폴 앨런은 자신이 직접 만든 음악으로 앨범도 발매했다.
 
배우 알렉 볼드윈(왼쪽)과 폴 앨런 MS 공동창업자

폴 앨런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 8년만에 호지킨스병 진단을 받고 회사를 떠났다. 서른살에 백만장자가 된 그는 병을 극복한 뒤 인생을 즐기며 살기로 결심한다. 호화 요트나 프로농구팀을 사들이고, 록밴드를 만들기도 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순자산은 181억달러(약 21조원)로 추산된다.

소니 회장을 지낸 고(故) 오가 노리오는 2003년 퇴직금 16억엔(약 151억원)을 기부해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 콘서트홀을 지었다. 그는 1999년부터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회장을 지내기도 했는데 직접 도쿄필과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적도 있다. 그는 2000년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소니센터 콘서트홀 개관식에서 베를린필이 연주하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지휘했다. 오가 노리오 회장은 베를린필 상임지휘자였던 고(故)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도 친분이 깊었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 메릴 스트립도 미국 뉴욕에 있는 공연장 더 퍼블릭 시어터에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메릴 스트립의 남편 돈 검머는 조각가다.

▶국내 후원자들=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은 올해부터 국립발레단의 후원회인 KNB소사이어티 회장을 맡고 있다. 국립발레단 후원회는 2014년 박진원 전 두산 산업차량BG 사장이 후원회장을 맡으면서 KNB소사이어티로 이름을 바꿨다. KNB소사이어티는 공연이 끝난 뒤 발레단 뒤풀이에도 참여하며 무용수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고 있다. 유연한 움직임을 위해 항상 몸을 따뜻하게 해줘야 하는 무용수들에게 기모가 들어간 단복이나 패딩 조끼 등을 제공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립발레단

허 부사장과 허 부사장의 동생 허인영 승산 대표는 서울시립교향악단(SPO)의 페이트론(patrons)이기도 하다. 페이트론은 일반 후원회원과 달리 알음알음으로 모집된 소규모 후원회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전문직 종사자, 기업인들로 구성됐다. 

서울시향이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이듬해인 2006년에 결성됐다. 서울시향이 해외에서 유명 음악가를 초빙할 때 후원해주고, 서울시향 연습실 내 그랜드 피아노를 기부하거나 단원들의 간식을 제공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과 서울시향은 1년에 한번 ‘후원회의 밤’을 열고 신규 페이트론 회원 모집 등을 진행한다.

서울시향과 정명훈 지휘자(가운데)

국립오페라단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후원회의 밤’의 총 기획과 연출을 맡기도 했다. 박 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국립오페라단 후원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정재계 인사들을 오페라 공연장으로 초청하고 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은 국악을 적극 지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안숙선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은 “윤 회장이 어느 해부터인가 송추에 국악인들을 분야별로 부르셨는데 거기 안 다녀온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국악잔치가 자취를 감췄지만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이 크라운-해태제과가 후원하는 ‘대보름명인전’”이라고 전했다. 크라운-해태제과는 2004년부터 임직원 100명이 무대에 올라 ‘춘향가’ 등을 부르는 ‘창신제’도 개최하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맨왼쪽)이 금호영재로 선정된 음악가 임지영 선우예권을 세계적인 지휘자 게르기예프에게 소개하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달 23일 세계적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은 게르기예프에게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을 소개했다.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임지영과 베르비에 콩쿠르에서 우승한 선우예권은 금호음악영재 출신이다. 박 회장의 큰형인 고(故)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은 피아니스트 손열음을 거장 로린 마젤에게 소개해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한편 다른 예술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한 국립현대무용단은 구자훈 LIG문화재단 이사장이 이사장 및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9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문화재단 설립에 사재 100억원을 기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양한 후원제도=한 회 공연에도 대규모 인원이 필요한 오케스트라나 발레단은 티켓 판매 수입만으로는 경영이 어렵다. 따라서 개인이나 기업의 후원이 절실하다. 해외 예술단체들은 다양한 후원제도를 운영하며 후원자들을 유치하고 있다.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는 개인 후원자가 좋아하는 무용수를 지정해 후원할 수 있다. 후원금은 발레단에 내지만 특정 무용수를 후원하고 있다는 명예를 얻게되는 것이다. ABT 홈페이지 무용수 소개란에는 맨 마지막에 후원자의 이름이 소개된다. ABT의 한국인 수석 무용수 서희의 경우 골드만삭스 출신 데이비드 B 포드 부부의 후원을 받는다. 서희씨는 “무용수들에게는 각각의 후원자가 있지만 무용수 개인한테 금전적 혜택이 오는 것은 아니다”며 “후원자들은 수석 무용수 후원을 명예라고 여긴다”고 전했다.

뉴욕필의 경우 100달러(약 12만원)부터 1만7500달러(약 2000만원)로 등급을 나눠 후원회원을 모집한다. 고액후원자 모임이나 21~40세로 구성된 영 뉴요커 등 후원자 특성에 따른 모임도 활성화돼 있다. 후원금은 주식기부, 티켓기부, 자원봉사 등으로도 낼 수 있다.

홍콩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후원 기업이나 개인 후원자들을 등급별로 나눠 홈페이지를 통해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간 10만홍콩달러(약 1500만원) 이상 기부한 후원회원 명단에는 데이비드 프리드 부부, 항셍은행 등이 올라와있다.

서울시향은 라이프타임, 플래티넘, 골드 등 후원금에 따라 일반 후원회원을 구분한다. 1억원 이상 후원금을 낸 라이프타임 회원이나 5년 동안 1000만원 이상 낸 플래티넘회원 회원에게는 예술감독과의 만찬, 해외 투어시 동반 등의 기회를 제공한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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