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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봐 해봤어?”정주영 리더십…지금 한국경제에 너무 절실
“이봐 해봤어?(도전정신)” “시련이지, 실패가 아니야(낙천적 사고)” “잘 먹고 잘 살려고 태어난 게 아니야 좋은 일을 해야지(사업보국 정신)”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 어록 中>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 헤럴드 사옥에서 ‘빛을 잃은 한국경제, 아산에게 길을 묻다’는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의 도전정신, 낙관 등이 한국 경제를 이끌었고, 아산이 단순히 돈만 버는 게 아니고 사업으로 보국(報國)하고 미래 비전까지 제시했다는데 공감대를 함께했다.
또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으로 이어진 후대 경영에 대해서 아산으로부터 이어져온 ‘현장경영 DNA’를 높게 평가했고,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발 빠르게 시대 흐름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수곤 헤럴드경제 산업섹션 에디터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는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허영도 울산대학교 교수가 참석했다.
-아산 탄생 100주년이다. 최근 한국경제는 총체적인 난국에 처해 아산과 같은 ‘영웅’들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자리에서는 아산의 리더십과 정신, 가치를 짚어보려고 한다. 정주영 리더십으로 창조경영, 속도경영, 준비경영, 개척정신 등이 많이 언급되는데 그의 리더십의 핵심이 뭐라고 생각하나.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정주영 회장의 일화를 보면 창조적인 아이디어, 남들이 생각지 못하는 아이디어가 있었고, 남들이 안 가본 땅을 가는 적극적인 도전정신과 실패를 두려워 안 하는 불굴의 의지, 거기에 강인한 실천력까지 갖췄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널리 알려진 일화 “이봐 해봤어?” 정주영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정 회장은 새로운 걸 시작하려 할 때 성공 가능성이 높은지 따지기에 앞서,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모티베이션(동기)이 선 상태에서 도전정신 갖고 임했다.
▶허영도 울산대 교수=정주영 회장의 밑바닥에 해외 지향 경영, 밖에서 벌어 안을 살찌운다는 철학이 있었다. 1963년부터 해외 지향 경영을 시작했다. 국내 자본이 없는 상황에서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국내서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시대 흐름을 정확히 본 거다. 다음으론 사회책임 경영이다. 나라가 잘 되는 것이 우리가 잘 되는 것으로 여겼다. 내 기업만 잘 먹고 잘 살아서 돈을 벌겠다는 사고가 아니고 철두철미하게 사회, 국가와 같이 성장해야 한다는 사고가 정주영의 리더십의 요체였다.
-아산의 리더십의 성과, 공적에 대해 짚어보자. 그의 리더십 덕에 어떤 성과가 생겼고, 이와 맞물려 한국 사회가 어떻게 변모했는가.
▶권 원장=자동차 산업. 우리는 꿈도 못 꿨던 일이다. 정주영 회장은 당시에 양철로 뒤집어 씌운 차를 보고 왜 안 되느냐고 물었고, 모두 안된다는 걸 세계 5위까지 끌어올렸다. 조선도 돈 빌리려고 해외에 손 내밀 때 “조선해본 적 있느냐?”고 물어보는데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주며 “(이미) 1500년대에 만들었다”고 했다. 중동 기름 파동 때 건설 수출도 그렇다. 물도 없고 사람이 살 곳이 아니라고들 했는데, 아산은 결국 해냈다. 경부고속도로, 다들 미친 짓이라고 한걸 2년 반 만에 완공했다. 그렇게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우리나라 경제 발전과정에서 선구자 역할을 해서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고 우리가 지금 그걸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 교수=해외 지향 경영 하이라이트가 중동 진출이다. 그 하이라이트가 사우디 공사. 그 당시 수주 규모가 9억 3000만 달러였다. 당시 정부 예산의 절반이다. 막대한 달러를 선진국 기업들과 경쟁해서 수주받았다. 오일쇼크 이후 전 세계 경제가 안 좋은 상황이었고 우리도 위기였다. 근데 정 회장이 사우디 공사를 수주해서 고비를 넘겼다.그걸 계기로 중동지역 다른 기업들도 진출할 수 있는 탄탄한 기반, 대한민국 세계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글로벌 시대 한국 경제가 순항할만한 기반을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엄청난 성과다.
▶권 원장=60~70년대 한국은 달러가 부족해서, 영화배우들이 해외 로케이션 촬영하러 가면 재무부 들러서 사인을 하고 나갈 정도였다. 오일쇼크로 실제 국가 부도 위기가 2~3번 있었다. 그걸 아산의 당시 중동 수주로 국가 부도 위기를 막았다. 행운이었다. 그분은 지금의 경제 산업 절벽 시기에도 돌파구를 생각했을거다.
-한국경제를 퀀텀점프 시킨 분이다. 최근에는 이런 기업가 정신이 발휘 안 되는데 왜 이런 거인이 안 나오는 걸까. 또 현재 가장 필요한 리더십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권 원장=요즘에 예전 같은 기업가 정신이 없어졌다고 하는데, 그건 재벌 2, 3세로 넘어가면서 도전정신 없어진 것도 있지만 정부가 제도적으로 기업가 정신을 막는 거다. 출자 총액 제한하지 신(新) 업종 진출 못하게 하지. 기업가 정신을 욕할 것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기업인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없어졌다. 이병철, 정주영 회장 있을 때 박정희 대통령이 ‘주식회사 한국’이라고 했다. ‘사업보국(事業報國)’이 애국이었고, 정부도 기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근데 지금은 재벌을 나쁜놈이라고 규제하는 분위기가 작동한거다.
▶강 원장=조직의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고, 창의력과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있었다. 그중 지금 가장 필요한 게 창의력이다. 지금은 정 회장 한창 때와 비교하면 시대가 바뀌었다. 과거와 달리 여러 제도적 프레임이 갖춰졌다. 성장 일변도에서 생각지 못 했던 형평성이 중시됐다. 그런 틀을 잡아나가려고 하니까 규제로 나타나는 거다. 필요한 규제도 많이 있다. 정주영 회장도 지금 20~30대라면 비슷한 제약이나 한계를 느꼈을거다. 뭔가 돌파구 찾고 싶은데 할 수 없다는 것. 그렇다고 희망이 없느냐? 그렇지 않다. 방향을 제대로 잡고 규제의 방식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식으로 여건을 바꿔나가면 된다.
▶허 교수=젊은 사람들의 기업가 정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젊었을 때 실패 안 하면 언제 할 거냐. 한번 실패했을 때 성공률이 50%이라면 두 번째 실패하면 성공률은 80%로 점점 올라간다. 세 번 네 번 실패하면 성공할 수 있는데 그걸 싫어한다. 정주영 회장은 일단 딱 보고 감각적으로 되겠다 싶으면 회의나 불안은 1%도 없었다. 자신감과 확신만 갖고 실행한다. 안되면 다른 방법으로 또 해보고. 언제까지? 될 때까지.
-노동, 산업, 미래 먹거리, 청년 실업 등 무엇 하나 탈출구가 안 보이는 상황, 잃어버린 20년 초입에 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정 회장이 살아있다면 어떻게 풀어갔을까.
▶권 원장=히타치, GE 등의 기업들이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가고 있는데 우린 못하고 있다. 예전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 전환해야 하는데 그걸 잘한 게 아산이었다. 중국과 차별화하려면 소프트웨어를 봐야 한다. 소프트웨어, 레저, 관광, 서비스, 차세대 제조업으로 나가야 한다고 정 회장은 생각했을 거다.
▶강 원장=남북 관계도 달라졌을거다. 정 회장이 1001마리의 소 떼 끌고 방북한 건 역사적인 장면이었다. 현재 남북 관계는 핵 문제가 걸려있어서 진행되는 게 없다. (정 회장이라면) 국회에 쫓아가 발로 뛰며 해결했을 거 같다.
또 우리가 수출지향적인 경제로 성장한 첫 번째 나라인데 수출성장률이 경제 성장률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는 소비 진작 쪽으로 가고 있는데, 돌파구가 수출이라는 걸 무시할 수 없다. 어렵지만 기회는 많다. 신흥국들 자원 수출 등에 어려움 있지만, 정 회장 같은 분이 가서 보면 (먹거리를) 많이 찾았을거다. 젊은이들의 도전 정신 실종에 대해선 실패한 사람에 대해 용서를 안 하는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컨드 라운드(2회전)라는 게 없다. 이제 사회 분위기 자체도 세컨드 라운드가 가능한 쪽으로 여건이 바뀌어야 한다. 안 되는 걸 무조건하라는 건 기성세대로서 무책임하다.
▶허 교수=정 회장은 방법은 찾으면 나오게 돼 있다고 생전에 말씀하셨다. 방법이 없다는 건 찾으려는 생각을 안 했다는 거다. 안 되는 이유를 찾지 말고 되게 할 만한 방법을 찾아봐라. 좋은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정 회장이 말년에 추진한 사업이 시베리아 개발이었다. 러시아에는 제1의 천연가스가 있고 석유도 있다. 각종 지하자원 개발해서 태평양 건너에 팔 수 있었다. 뉴 실크로드 계획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성공하면 또 하나의 성장 동력은 물론 남북통일 계기가 될만한 사업이었다. 완성 못한 게 가슴 아프지만, 살아계셨다면 완성했을 것이다
-정주영 회장이 초석을 다진 현대를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앞장서 이끌고 있다. 정 회장 이후 후대 경영인에 대한 평가는 어떻고. 후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방향을 제시해본다면.
▶권 원장=정몽구 회장 기업가 정신은 현장 경영, 품질경영, 직접 확인이다. 자동차로 미국에서 힘 못썼는데 지금은 세계 5위까지 올라갔다. 앞으로는 자동차도 콘셉트가 바뀌어서 전기차, 무인차 쪽으로 많이 옮겨가니 R&D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한국 GM의 회장인 세르지오 호샤가 한국만큼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가 없다고 했다. 노조가 강해서. 미국 알래 바마 공장의 현대차 근로자가 시간당 25불을 받는데 울산에 가면 미국보다 월급 더 받는다. 지엠이 전 세계 30여 국에서 차를 생산하는데, 지난 5년간 임금이 50% 올라서 여기선(한국) 뭘 만들어서 팔 수가 없다더라. 나라 차원에서 노동 개혁해야 하고 현대차는 미래를 보고 R&D 해서 무인차 등을 개발해야 한다. 해외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렇게 잘하리라고 본다.
▶허 교수=품질경영 성공해서 지금까진 잘 하고 있다고 본다. 2015년 미국 JD 파워 신차품질 조사 결과 21개 중 기아차가 1등이고 현대차가 2등이다. 일본, 독일 등 다 물리쳤다. 90년대 말 취임할 당시에 JD 파워 품질조사에서 현대차가 바닥이었다. 열받아서 “지금부터 품질경영이다”라며 직접 진두지휘했다. 여기까진 좋다. 다음부턴 경쟁사 잘 분석해야 한다. 전략적인 마인드가 중요하다. 미래를 내다보고 경쟁사 어디고 가는지 자동차 산업이 어디로 갈지 판단해야 한다. 예전 품질 경영 마인드로 한 번 더 밀어붙이면 좋겠다.
조민선 기자/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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