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Re-start, 관광입국] 런던탑 설명하는 ‘블루배지’…英 프리미엄 관광안내사의 자부심
英 대표관광지 안내 그들만의 특권
현장서 줄서지않고 별도입장 대우
힘든 시험 통과해야 자격증 획득
사후교육·새 관광코스 발굴도 철저



런던에 근무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한국에서 손님이 오셔서 런던의 유명한 관광지인 런던탑을 방문하게 됐다. 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일어난 곳이기에 단순히 둘러보는 것보다는 관광안내사의 설명을 듣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한국인 관광안내사를 구하려니 예상치 못한 장벽에 부딪혔다. 

런던탑에서는 오직 ‘블루배지(Blue Badge)’를 보유한 관광안내사만이 가이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촉박한 시간과 정보 부족으로 결국 관광안내사를 구하지 못하고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에 만족해야 했다.

특정 관광안내원만이 가이드가 가능하다는 것은 꽤나 이례적이었다. 그래서 블루배지 가이드가 무엇인지, 그리고 런던의 관광안내 체계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알아보는 계기가 됐다. 

영국의 최고등급 관광안내사를 지칭하는 ‘블루배지’(사진 왼쪽)만이 영국의 대표적 관광지 가이드를 할 수 있다.


‘블루배지’란 영국의 최고등급 관광안내사를 지칭하는 말이다. 대영박물관, 런던탑, 웨스트민스터 사원, 윈저성, 세인트폴 대성당 등의 영국의 대표적 관광지들은 오직 블루배지 관광안내사만이 가이드를 할 수 있다.

수소문을 통해 한국인 관광안내사 이동찬씨를 만날 수 있었다. 이동찬씨는 한국인 최초의 블루배지 자격증 소유자이자 역시 최초의 영국 국회의사당 가이드 자격증 획득자로, 영국 내에서도 상당히 드문 최상급 관광안내사로 활약 중이다.

이동찬씨에 따르면 ‘블루배지’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최소 18개월이 걸린다. 단순히 18개월의 코스 수료만이 아니고, 필기시험과 3000자 이상의 논술시험, 실기시험까지 거쳐야 한다.

시험 통과가 어려운 만큼 블루배지 가이드들의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이들에게는 현장에서도 상응하는 대우를 해준다. 가령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경우 블루배지 가이드는 일반 방문객과 같이 줄을 서지 않고 손님들과 함께 별도의 입구로 입장하는 특별대우를 한다.

블루배지를 운영하는 기관 또는 단체는 관광안내사협회(The Institute of Tourist Guiding)이다. 이 협회는 회원들의 회비와 강의료, 수험료로 유지되며, 수험생 교육 및 자격증 시험, 사후 교육 등을 담당한다. 이와 별도로 블루배지 가이드협회(APTG: Association of London‘s professionally qualified Blue Badge Tourist Guides)에서는 방문객이 본인들이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해당 언어를 담당하는 블루배지 가이드를 바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www.guidelondon.org.uk)

위 두 협회는 자격증을 따기 전부터 딴 후까지 매우 철저하게 가이드의 자격 및 수준을 관리하고 있으며, 특히 끊임없는 교육과 새로운 관광코스 발굴을 통해 블루배지 가이드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 이동찬씨의 설명이다. 특히 블루배지 협회에서 개발, 운영중인 투어상품에는 2012 런던올림픽 코스, 19세기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를 주제로 한 투어, 런던의 부유한 지역을 돌아보는 트루 블루(True Blue) 투어 등 30여 개 이상이 구비돼 있다.

관광안내사 가이드료를 책정하는 방식도 매우 독특하다. 즉 블루배지 협회에서 매년 가격책정 안을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그 중 가장 많은 회원들이 원하는 가격을 선정한다. 따라서 모든 블루배지는 같은 가격책정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하며, 이는 홈페이지에 명시돼 있어 별도의 가격경쟁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참고로 2015년 가이드료는 영어를 기준으로 반일(半日)투어는 150파운드, 1일 투어는 240파운드이며 기타 언어권의 경우 가격이 조금 더 올라간다.

블루배지 가이드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제로 이동찬씨와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찾아가 봤다. 들은 대로 일반 방문객과는 다른 입구를 통해 기다리지 않고 바로 사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같이 투어를 진행 중인 다른 블루배지 가이드들이 서로의 그룹을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과연 블루배지 명성에 걸맞게 정확한 연도와 인물이 등장하는 자세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전에도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관광안내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한국에서도 관광통역안내사 육성이 큰 화두 중 하나이다. 정부에서는 무자격 관광통역안내사 규제를 강화하고 공사에서도 관광통역안내사의 교육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무자격 안내사가 한국의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유적지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 있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 모든 관광지에서 규제가 어렵다면 영국과 같이 주요 관광지에 대해서만이라도 자격증을 보유한 관광통역안내사를 대동한 단체만 입장을 허가하는 방식은 어떨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는 절대 ‘규제’의 시각으로 바라볼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을 위해서, 그리고 현장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수많은 한국의 관광통역안내사들을 위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차창호
한국관광공사 런던지사장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