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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숙 표절‘ 후폭풍 창비, 문학동네 수장 줄줄이 퇴진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신경숙 표절’ 논란의 중심에 선 출판사 문학동네의 강태형 대표가 지난달 말 사퇴한 데 이어 창비의 ’얼굴‘인 백낙청 편집인이 25일 퇴임한다.

창비는 자사가 주관하는 문학상인 백석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창비신인문학상 통합시상식에서 백 편집인이 공식 퇴임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90년대 이후 신경숙 작품의 주요 발표 무대였던 두 출판사의 수장이 모두 바뀌게 됐다.

백낙청 ’창작과비평‘ 편집인의 사퇴는 창비에 따르면 창비 50주년을 맞아 오래전부터 예정된 일이었다고 하나 새 편집인을 정하지 못하고 물러나는 것은 아무래도 ’신경숙 사태‘와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백 편집인은 지난 8월 신경숙 표절과 관련, “신경숙 단편의 문제된 대목이 표절 혐의를 받을 만한 유사성을 지닌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이것이 의도적인 베껴쓰기, 곧 작가의 파렴치한 범죄행위로 단정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백낙청 편집인의 퇴임은 우리 현대문학의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1966년 28세의 나이에 창간한 계간 창작과비평은 해방후 최초의 문예계간지이다. 

1966년 1월, 창간호에서 백 편집인은 ’새로운 창작과 비평의 자세‘란 권두언을 싣고 새 시대를 선언했다.

그는 이 글에서 “이상이 메마르고 대중의 소외와 타락이 심한 사회일수록 소수 지식인의 슬기와 양심에 모든 것이 달리게 되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지식인이 그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만나 서로의 선의를 확인하고 힘을 얻으며 창조와 저항의 자세를 새로이 할 수 있는 거점이 필요하다.”며 지식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야심차게 출발한 창비는 70,80년대 엄혹한 시절을 지나면서 그 역할을 백분 감당해 왔다. 독재와 분단, 냉전체제하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지성인들의 담론과 행동의 장으로서 창비의 역할은 지대했다. 386세대는 ‘창비 키즈’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냉전체제의 붕괴로 90년대 창비는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 분단과 통일을 향한 모색에 나선다. 백 편집인은 그 과정에서도 방향을 잡고 진두지휘하는 선장노릇을 해왔다.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는 ‘2013체체론’으로 중도 변혁론을 제시했으나 큰 공감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최근 SNS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백낙청 편집인은 최근 창비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은퇴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창작과비평을 50년간 이끌어오면서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창비란 브랜드는 백낙청이란 이름과 동일시되는게 사실이다.

창비 내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백낙청 체제 이후 창비가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일지, 특히 지난 50년간 지속해온 ‘가르치기식’ 논조를 바꾸고 소통에 나설지 관심사다. 따지고보면 백 편집인의 퇴임으로 이어진 이번 신경숙 표절 사태를 더욱 키운 게 바로 창비의 변명과 이상한 논리이기 떄문이다.

백 편집인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논객으로는 계속 글을 쓰겠다는 의향도 내비쳤다. 서양문학과 한국문학을 아우르는 평론을 쓰고 싶다는 것인데, 그의 본령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퇴임한 강태형 문학동네 사장은 염현숙 이사에게 대표자리를 넘기고 스페인 마드리드로 출국했다. 

1993년 문학동네 창립 당시 주간이었던 강 대표는 1995년 4월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 만 20년간 문학동네를 이끌었다. 강 대표의 새 명함에는 선임 편집자라는 타이틀을 박았다. 강 편집자는 스페인에서 한국문학과 스페인문학을 소개하는 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계간 문학동네의 1기 편집위원 남진우 류보선 서영채 신수정 이문재 황종연 등은 이번 2015년 겨울호를 끝으로 전면 교체된다, 차미령 주간도 물러난다. 2기 편집위원과 염현숙 대표에게 쇄신의 과제가 남겨졌다.
12월이 오기도 전에 2016년이 먼저 와 있는 느낌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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