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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정재욱] ‘일자리’가 최선의 기업사회공헌
우리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내용과 규모 면에서 이제는 상당한 수준에 와 있는 듯하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간한 ‘2015년 주요 기업ㆍ기업재단 사회공헌백서’를 보고 드는 생각이 그렇다.

우선 그 규모가 상당하다. 백서에 의하면 지난 한 해동안 231개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은 2조6708억원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경영 실적이 부진했지만 세전 이익의 3.5%를 흔쾌히 사회공헌을 위해 내 놓았다. 1.7%선인 일본 보다 두 배 가량 많다. 기업재단은 훨씬 더 많은 돈을 썼다. 62개 주요 기업재단이 지난해 사회공헌에 쓴 비용은 3조3378억원으로 집계됐다. 다 합하면 6조원이 넘는 방대한 규모다.

내용면에서도 한결 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과 몇 해 전만해도 일부 소외계층 및 저소득층에 대한 기부와 지원 등 단발적 활동이 주류였다. 하지만 이제는 기업의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참여 기업의 60% 이상이 계획을 세울 때 기업의 핵심 가치와 특성을 우선 고려하는 등 사회공헌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게 전경련의 분석이다. 현대자동차의 어린이 교통사고 줄이기 프로그램이나 삼성물산(건설부문)의 건설업 직업체험 교육, CJ푸드빌의 바리스타ㆍ제빵사 양성 과정 등이 그런 예라 하겠다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나서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일환이다. 경영활동을 통해 번 돈의 일부를 사회에 되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기업의 책무다.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이 보유한 역량과 자산을 활용한 공유가치창출(CSV)로 그 영역이 확산되는 추세다. 기업활동 자체가 사회문제와 연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성과 공유 등이 부쩍 강조되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지금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단연 일자리다. 갈수록 부(富)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자녀의 경제 사회적 지위를 결정한다는 이른바 ‘금수저 흙수저’ 계급론이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부의 편차는 일정 부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지만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한계에 도달한 느낌마저 든다. 불평등이 더 깊어지면 자칫 민주적 자본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 교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위험 수위에 이른 불평등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양질의 일자리다.

일자리만큼 절박한 시대적 과제는 없다. 박근혜정부도 잘 알고 있다. 정권의 명운을 건다는 각오로 독려하고, 수없이 대책을 내놨지만 달라진 건 거의 없다. 일자리가 늘기는 커녕 면세점 논란에서 보듯 되레 까먹는 자충수도 숱하다.

결국 기업, 특히 대기업이 나설 수밖에 없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나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다양한 형태가 있게 마련이다. 지금 은 그걸 일자리로 보여줄 때다. 그게 궁극적으로 기업이 사는 길이기도 하다. 경주 최 부자가 수백년간 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공동체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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