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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미셸 드보어] 국가를 담는 거울
파란 사각형 안에 방패를 들고 있는 두 마리의 사자. 네덜란드가 2010년부터 사용 중인 정부상징 디자인이다. 네덜란드를 방문해 본 독자라면 한번쯤 마주친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필자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한 이 디자인 작업은 2007년 착수 이후 약 22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였다. 현재는 네덜란드 정부 부처와 200개가 넘는 공공기관이 사용하며 국민의 이해와 시각적 커뮤니케이션 면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다. 또한 모든 부처가 상징물을 통해 통일감을 갖게 되면서 사기 진작과 협동이 강화됐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비단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캐나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전 세계 정부가 정부상징(Government ImageㆍGI)을 통합하는 추세에 있다. 통합된 상징은 국민들에게는 소속감과 자긍심을 주고 대외적으로는 강렬한 국가 이미지를 구축하는 효과가 있다. 예산 절감의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 이미지 상승의 효과도 크다.

그런데 현재 한국은 51개 중앙행정기관들이 각각의 상징을 사용 중이다. 다양한 스타일의 부처 상징은 부처별 개성을 나타내지만 공공디자인 전문가인 필자가 보기에 부처가 경쟁관계에 놓인 듯한 이질감을 준다. 국민 입장에서도 각 기관의 상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길이 없다. ‘인지의 손실‘이라고 할까. 상징물이 국민과 소통하는 시각적 도구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오히려 거리감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국가와 국민 간의 커뮤니케이션 실패만을 불러오는 것이 아니다. 외교 전문가, 정부 부처의 수많은 직원, 정부와 협업 관계에 있는 파트너들도 개별화된 상징에서 자국 정부의 위엄보다는 산만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추구하는 목표와 책임의식을 표상하는 상징을 통일해 핵심을 전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국민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요즘 한국 정부가 정부상징체계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필자는 한국 사회가 지닌 미적 의식과 열정을 이해하고 있기에 현재 한국 정부가 아이덴티티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게 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단계라고 생각한다. 한국도 디자인 강국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독창성, 지속성, 전통성을 담은 통일된 정부 상징을 선보이길 바라면서 두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먼저 로고는 그 모양이 단순하고 의미 깊지만 절대로 지루하지 않은 스타일을 선보여야 한다. 기존에 없던 차세대 정부 상징은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용자인 정부 입장에서는 어느 부처가 국민을 향해 말하고 있는지를 알릴 수 있어야 한다. 기관 간 차별화 툴을 포함해야 한다는 뜻이다. 네덜란드의 경우에도 동일한 시각물을 왼쪽에 두고, 오른쪽에는 기관명을 기입하도록 하여 부처가 직관적으로 드러나게 했다. 통일된 상징물은 정부 내 여러 부처가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디자인의 유연성과 국민이 시각적으로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 최적의 방안을 함께 갖춰야 한다. 국민들의 애정과 마음을 담은 새로운 정부 상징물을 탄생시켜 국내외는 물론, 국민과 함께 소통하길 바라는 한국 정부의 지향점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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