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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허용석] 고른 소득분배와 정부의 역할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 각종 미래보고서를 보면 예외없이 소득불평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최근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에서 발간된 ‘대한민국 국가 미래전략 2016’역시 우리 사회 곳곳에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고착돼 사회적 역동성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소득을 고르게 분배하는 문제는 시장 혼자 해결할 수 없다. 일정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하버드대학교의 마이클 샌델 교수는 “정의로운 사회란 소득과 부,의무와 권리 등이 올바르게 분배된 사회를 말한다. 이때 누가,왜 받을 자격이 있는가를 묻다보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富)가 분배되는 과정이 공정하다고 가정하는 건 실수다. 그렇지 않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고 했다.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소득격차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 국민의 비중이 90%를 넘는다. ‘소득격차 축소 책임이 개인보다 정부에게 있다’는데 동의하는 비율도 높게 나온다. 2006~2012년 중 2년 단위로 네 번 조사했는데 이런 인식에 큰 변화가 없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성향을 보이는 나라에 독일,프랑스,스페인 등이 있다. 미국,네덜란드,노르웨이,덴마크 등의 경우에는 소득격차가 크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소득격차 축소 책임이 정부보다 개인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의 비중이 높았다.

대부분의 가구는 국가에 세금을 내고 또 예산이라는 경로를 통해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는다. 그러면 내는 세금과 받는 혜택의 크기가 같은 가구는 대략 어디쯤 있을까.

홍익대학교 성명재 교수는 이런 가구가 소득 상위 35%에 있다고 추정한다. 따라서 소득재분배란 소득 상위 35% 위에 위치한 가구의 소득을 소득 하위 65% 가구로 이전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고소득자에게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해 소득을 다소나마 줄임으로써 소득을 고르게 하고, 저소득자에게는 더 많은 혜택을 주어 소득을 키움으로써 소득격차를 줄인다.

그러면 우리 정부의 소득재분배 실력은 얼마나 될까. 성명재 교수는 2013년 소득기준으로 우리 정부가 14%가량 소득재분배에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정부의 개입으로 지니계수를 14% 낮춘다는 얘기다. 2006년에 11%였는데 3%p 높아졌다. 이 실력은 계속 향상되는 추세에 있다.

비교년도 등이 다르기는 하지만 선진국 정부의 경우 평균 24% 가량 소득재분배에 기여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우리 정부는 이들 나라 대비 60% 수준의 실력을 갖고 있다.

정부는 세금과 예산으로 소득을 재분배하는데 정책수단별 의존도는 얼마나 될까. 선진국의 경우는 정부가 100만큼 소득을 재분배한다고 할 때 25는 세금으로, 75는 예산으로 한다. 우리나라는 2013년 소득기준으로 세금과 예산의 비중이 각각 28, 72 이다. 2006년에 각각 40, 60 이었는데 세금 기여 비중은 작아졌고 예산은 커졌다.

그동안 복지예산이 빠르게 늘어난 까닭이다. 우리 정부가 선진국을 따라 가려면 세금을 더 걷고 복지지출을 더 늘려 전체적으로 소득재분배 실력을 지금보다 1.7배 가량 더 키워 나가되, 정책수단 별로는 세금과 예산을 각각 1.5배, 1.8배 키울 필요가 있다.

소득재분배에 사용되는 정부의 두 가지 정책 수단, 조세와 예산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일까. 지니계수 개선 정도가 높은 세금과 예산 상위 5개 항목의 평균을 비교해보면 예산이 6배 가량 높다.

예컨대, 고소득자로부터 세금을 1조원 더 걷는 방안과 기존의 SOC 예산 1조원을 복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비교하면 후자가 전자보다 재분배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근래 정부는 복지예산을 많이 늘렸다. 큰 폭의 세제개편도 했다. 모두 소득재분배에 순기능을 하는 조치였다. 그 효과가 2014~2015년 소득에 반영되었고 또 반영될 것이다. 이를 대상으로 한 실증분석 결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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