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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아산(峨山)이 다시 생각나는 이유
[헤럴드경제=산업섹션 자동차팀장 조동석]아산(峨山)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25일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그를 기리기 위한 기념 음악회가 18일 열렸고, 이어 기념 학술 심포지엄과 사진전, 기념식이 차례로 예정돼 있다.

첫 행사인 음악회에선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이 울려퍼졌다. 웅장함이 특징인 이 곡은 아산과 잘 맞아떨어지며 그를 떠올리게 만든다. 아산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 그가 왜 다시 주목받는 것일까. 왜 그리워지는 것일까.

20세기 한국은 수차례 변곡점이 있었다. 1970년대 오일 쇼크, 1981년 전두환 정권 등장, 1980년대 중후반 3저 호황, 1987년 민주항쟁, 1997년 외환위기에 이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 등이다. 이 역사에는 아산이 늘 등장한다. 그러면서 수없이 많은 일화를 남겼다. 하나같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들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아산이 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해보기나 했어?”라며 일축했다.

아산은 오일 쇼크의 진원지인 중동에 진출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사우디아라비아 공업도시 주베일의 산업항 공사 금액은 9억3000만달러로, 당시 우리 정부 예산의 30%에 달한다. 선수금으로 받은 2억달러만 해도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10배였다.

그가 일으킨 자동차 산업은 우리나라 호황의 주역이었다. 중산층의 상징 ‘마이카’ 시대도 앞당겼다. 500원짜리 지폐의 거북선을 보여주며 조선소 건설 자금을 끌어온 아산은 전 세계 선박을 ‘메이드 인 코리아’로 바꿔놨다.

외환위기를 맞아 그는 그룹을 재편한다. 이후 사세가 위축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2세와 3세는 그의 경영철학을 발전시키고 있다. 아산은 후세를 통해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요즘 한국경제는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기업가 정신은 약해지고 있다. 젊은이들은 기회가 없다며 힘들어 한다. 아산은 이런 한국에 또다시 도전을 외치고 있다.

혹자는 시대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기회가 줄었기에, 아산의 도전정신은 이제 유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산이 도전할 당시 상황은 열악했다기보다 참혹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기회를 스스로 찾아냈다는 의미다.

노년기 아산은 통일의 초석을 다졌다. 여든세살인데도 또 도전한 것이다. 1998년 두차례 이뤄진 ‘소떼 방북’은 여전히 국민들 눈에 선하다. 요즘 한국의 성장동력은 ‘통일’이라는 데 이견이 거의 없다. 그는 북한을 넘어 광활한 시베리아 벌판까지 내다보고 있었다.

소학교(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못했다며 자신을 낮춘다. 다른 사람의 귀감이 될만한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 아니다고도 한다. 이런 아산은 말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자본금이란 말을 한 사람이 있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확고한 신념 위에 최선을 다한 노력만 보탠다면 성공의 기회는 누구나 공평하게 타고 난다.” 위험을 감내하지 않고 편한 길만 가려는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20세기의 신화, 아산의 삶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찾아보자.

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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