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영하는 책을 읽을 때 우리 안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우주적 사건에 비유한다. 자신의 독서 편력을 통해 책읽기 행위의 안과밖을 살핀 ‘읽다’(문학동네)는, 전작 ‘보다’‘말하다’에 이은 김영하 산문 3부작의 완결이다.
읽다/김영하 지음/문학동네 |
특히 고대 그리스로부터 현대의 문학작품과 영화, ‘미드’에 이르기까지 종횡하며 읽기행위의 오묘함을 들려주는 그는 책의 전문여행가이드처럼 보인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소설 읽기’를 “끝없는 정신적 투쟁”이라고 표현한 그가 읽어낸 ‘롤리타’ 독법이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책의 진정한 가치라 할 만하다.
작가는 이 책에서 우리의 내면을 크레페케이크에 비유한다. “일상이라는 무미건조한 세계 위에 독서와 같은 정신적 경험들이 차곡차곡 겹을 이루며 쌓이면서”정신적 세계가 형성돼 간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작가는 “인간이 바로 이야기”라고까지 표현한다.
기사문학에 미친 돈키호테, 로맨스 소설에 빠진 마담 보바리 등 책 중독자들, ‘작가의 말’이란 형식을 통해 윤리적 비난을 피하거나 서사적 트릭을 꾀하는 방법 등 작가적 경험들이 녹아있어 엿보는 재미도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