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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뚜 뚜우우~” 모스통신 아직도 살아있네!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스크린 속 음산한 농장에 바람이 불어온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먼지는 점과 선으로 나열하며 뭔가를 암시한다. 그리고 주인공 쿠퍼는 이를 보고 꿈의 행성을 찾아 나선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모스통신’다.

프로펠러 전투기와 투박한 탱크, 그리고 한발씩 나가는 소총으로 전쟁하던 시절을 다룬 옛날 전쟁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모스통신’는 여전히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KT선박무선센터 입구에는 11개의 높다란 안테나가 자리잡고 있다. 수십개의 날개를 펼친 이들 안테나는 다 먹고 남은 생선가시처럼 생겼다. 피쉬본(Fish-bone) 안테나다. 수백㎞ 떨어진 먼 바다에서 보낸 모스 부호를 수신해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설비다.


우리나라 유일의 선박무선센터인 KT선박무선센터는 항상 ‘지지직 뚜 뚜우우’ 소리로 가득하다. 태평양 한 가운데서 전해온 모스(Morse)통신을 우리말로 번역하기에 분주한 이곳은 선박과 육지를 이어주는 우리나라 유일의 선박무선센터다.

모스통신은 탄생한지 170년이 넘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통신 수단 중 하나다. 짧은 점과 긴 줄 두가지로 이뤄진 모스부호를 별도 중계기 없이도 먼 곳까지 이동 가능한 단파로 날려 정보를 주고받는게 모스통신의 원리다.

수백개의 통신 위성이 지구상에서 활동하고, 전 세계 어디서나 이동통신 로밍도 가능한 21세기에도 모스통신은 ‘보편적 통신 역무’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개인과 기업이 115전보와 FAX 등으로 KT선박무선센터로 메시지를 전달해오면 KT선박무선센터에서는 이를 모스부호로 바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송신소를 통해 바다로 전파를 쏘아 보낸다. 또 바다에서 보내오는 전파도 KT선박무선센터에 위치한 피쉬본 안테나가 수신, 우리말 메시지 형태로 최종 목적지에 전달된다. 


모스통신이 이처럼 현역으로 왕성히 활동하는 데는 가격적인 측면이 작용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엄두를 못 낼 정도로 값비싼 위성전화를 대신해 영세한 원양선박들에게 육지원 연결된 유일한 통신망 역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근표 KT선박무선센터 센터장은 “이곳 근무는 인력들은 평균 3~40년씩 모스 통신 업무를 해온 베테랑들이다. 70데시벨의 끊이지 않는 전파소음 속에서 365일 24시간 어민들의 곁을 지키며 그들의 입과 귀가 되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원양어선의 위치와 어획량과 같은 업무적으로 중요한 내용들이 이곳 선박무선센터 베태랑 직원들을 통해 전달된다. 특히 긴 보고서가 모스통신에 실려서 오면 센터 인력들은 몇 시간씩 자리에 앉아 해독한 내용을 타이핑을 해야 하는 까닭에 화장실도 교대로 다녀오곤 한다.

짧게는 1년, 길게는 몇 년동안 가족과 떨어진 뱃사람들의 안부도 이곳 직원들이 주로 다루는 내용이다. 아내가 순산했다는 기쁜 소식을 멀리 대서양에 있는 선원에게 전하기도 하고, 부친이 작고했다는 슬픈 소식을 태평양으로 보내기도 한다. 기념일에 아내의 곁에 있어주지 못한 미안함을 115 전보 꽃배달로 대신하기도 한다.

2002년 월드컵 시즌에 한국 경기가 있는 날에는 모스 부호로 경기 내용을 생중계 했으며, 여기 저기 바다 한 가운데서 “감사”하다는 내용으로 회신들이 왔다고 한다. 이 센터장은 “우리도 거의 뱃사람과 마찬가지입니다. 예전만큼 통신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연말 연시에도 우리는 이곳 센터를 비울 수가 없어 교대로 사무실을 지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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