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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서울시민이다] 칠보산 마을신문에 담긴 사연
공동육아로 시작…도토리 숲 만들고 신문으로 소통하기까지

사전적인 의미로 도시화란, '도시의 문화형태가 도시 이외의 지역으로 발전되거나 확대됨. 또는 그렇게 만듦. 구체적으로는 서비스업이나 유통기능의 증대, 공공시설의 증가, 토지의 집약적 이용 등의 현상을 들 수 있다. 인구밀도의 증가나 시가지화뿐만 아니라 생활형태나 사회상황의 변화도 포함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도시화로 생기는 대표적인 문제는 주택부족, 지가상승, 교통문제, 환경오염, 각종 범죄, 인간소외 현상 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문제 중 하나는 기존 주민들과 이주 주민들 간의 대립으로 인한 갈등 상황이다.

한편 도시화로 생겨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마을공동체'다. 이런 마을공동체의 가장 큰 적은 주민들 간의 갈등 혹은 대립이고, 이는 마을공동체의 조성을 어렵게 만든다.

이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어르신들의 옛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공존에 성공한 마을이 있다. 칠보산 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 칠보문화 놀이터에서 칠보산 마을신문의 편집장이자 반찬가게 칠보산꽃밥상을 운영하고 있는 이계순 대표를 만나 칠보산마을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그녀는 "마을공동체 문화 중 하나인 별명 문화를 좋아한다"며 자신을 별명인 '달님'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칠보산 마을은 성미산 마을이 화두로 등장했던 1990년대 중반, 마을에 기여를 하고 공동육아의 필요성을 느낀 주민들이 하나 둘 모이면서 시작됐다.

2001년 '사이좋은 어린이집'으로 공동육아를 시작하고, 2003년 칠보산 도토리 교실로 교육문화 공동체 활동을 하며 마을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2005년 초등 대안교육인 수원 칠보산 자유학교가 생겨나고, 2014년엔 중등 대안교육인 중등 칠보산 자유학교가 설립되면서 칠보산 마을은 온전히 자신들의 힘으로 마을 아이들을 길러낼 수 있게 됐다.

아이들이 졸업을 했지만 공동체 활동에 흥미를 느낀 부모들은 자식이 아닌 마을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달님을 비롯한 마을 활동가들을 괴롭힌 것은 기존 주민들과의 '갈등' 상황이었다. 처음엔 마을활동이 무엇인지 몰라 가만히 있던 기존 주민들이 마을 활동가들에게 반발심을 갖게 된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을 활동가들이 예산을 타먹기 위해, 혹은 재개발 지역을 선점하기 위해 마을을 헤집고 다닌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기존 주민들과 유입된 주민들의 갈등을 풀기 위해 마을 활동가들은 '마을신문'을 생각해 냈다. 마을기자들이 마을신문에 실을 기사를 발굴하기 위해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기존 주민들(주로 어르신들)을 만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마을 활동에 참여하지 않아 쌓여만 갔던 오해들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나둘씩 해소되고, 마을에 오래 살았던 어른들의 옛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롭게 이사 온 주민들이 마을에 대해 더욱 깊은 애정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을신문 지면 한 켠을 차지한 마을 역사이야기는 이제 수많은 애독자를 가진 인기 코너가 됐다. 칠보산 마을은 또한 아이들의 생태학습을 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논을 임대해 도토리숲을 만들었다. 마을이란 어른들과 아이들이 모두 좋아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방향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이야기를 듣는 것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달님은 마을 주민들의 신뢰를 쌓는 기간이 1년은 걸렸다고 말했다.

150만원의 지원금을 가지고 시작한 마을신문은 3호 이후에 자금난에 허덕여 폐간될 위기를 맞기도 했다. 때문에 발행주기를 두 달에 한 번으로 바꾸고 후원금과 광고 수익을 받아 연재를 계속해 왔다.

현재는 하고 싶은 이야기,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 광고를 싣는 면까지 줄이고 싶은 심정이다. 이처럼 인기 있는 마을신문이지만 수익은 남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후원금의 대부분을 마을 기자학교를 운영하는데 사용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힘으로 마을의 문제를 해결한 원동력이 되었던 칠보산 마을신문은 벌써 19호가 발행되었다. 지금은 잠시 사정이 있어 발행이 미뤄지고 있지만 앞으로 발행될 20호가 기대되는 이유는 이런 마을 주민들의 열정 때문일 것이다.


[나는서울시민이다=안중훈 마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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