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치적 성향, 성 생활 등과 관련된 정보가 특정 기업의 서버에 저장된다. 통화 내역 체크와 수시로 위치정보가 수집된다. 스마트폰에 앱 하나를 깔았을 때 생기는 일이다.

SK플래닛에 이어 삼성전자가 ‘앱 권한정보’ 때문에 곤혹을 치루고 있다. 특정 앱이나 프로그램 사용 시 이용될 수 있는 정보 범위를 친절하게 설명하는 와중에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불러온 것이다.

개인 정보가 중국으로 팔려나가, 피싱과 사기로 되돌아오는 시대에 ‘정치 성향’이나 ‘노조 가입’ 관련 정보까지 수집한다니 일반 소비자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다른 한 쪽에서 우리는 이런 행위를 ‘첨단 기술의 놀라움’으로 포장해 배워야 한다고 칭송하고 있다.

10년 넘게 일면식 조차 없었던 동창을 연결해 주거나, 50대 중년 남성에게 30년 전 첫 사랑의 소식을 대뜸 알려주던 페이스북, 나도 미처 몰랐던 내가 필요한 물건을 척척 골라주는 아마존의 광고, 내가 올린 사진의 촬영 위치와 시간을 분석, 나만의 앨범을 만들어주는 애플과 구글의 서비스는 스마트폰 시대 흔한 것이다.

두 국내 회사의 앱 파동도 마찬가지다. SK플래닛은 사용자가 앱 마켓에서 보고 선택한 앱들의 정보를 분석, 유용한 정보를 먼저 보여주는 서비스를 하는 과정에서 민감한 것들도 다뤄질 수 있음을 약관에 친절하게 설명하고 다시 공지 및 승인받은 것이 죄가 됐다.

삼성전자의 소동도 비슷한 경우다. 그냥 구글이나 애플처럼 뭉뚱그려 설명하고 넘어갔으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다.

애플과 구글, 심지어 중국의 업체가 하면 ‘IT 혁명이고 혁신’이다. 하지만 같은 일을 우리 기업들이 먼저 하면 비난의 대상이다.

한국에서 수 조원을 벌면서도 조세회피 지역으로 이익을 우회, 세금을 내지 않는 글로벌 기업의 영업이익률을 칭송하면서도, 가격 인하 경쟁을 펼치고 있는 국내 기업에게는 비난만 날리는 우리 정치, 사회의 시각도 이제 첨단 IT 수준에 걸맞게 보다 냉정하고 공평해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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