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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이명옥] 미인도는 재검증돼야 한다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준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위(眞僞) 사건은 미술계에 해결해야 할 과제를 남겼다. 체계적인 미술품 감정시스템, 작품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가 사후 작품관리, 작고작가의 미술사적 업적 재평가 등이 그것이다.

현 시점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남아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된 미인도를 학술적, 과학적 분석으로 재검증하는 일이다. 천 화백이 생전에 가짜그림이라고 거듭 밝혔고, 위작자가 양심고백까지 했는데도 미인도를 둘러싼 위작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인도는 국립미술관의 소장품인데도 지난 20년 동안 단 한 번도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다. 심지어 미술전문가에게도 원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비록 뛰어난 미술전문가일지라도 원작이 아닌 작품사진만 보고 진위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요즘 유명미술관들은 복제품을 만들 때 3D 스캐닝으로 원본에 존재하는 물감과 붓질의 세세한 부분까지 촬영한 후 고해상도 3D 인쇄기술로 출력한다. 그러나 미인도 작품사진은 최첨단 기술력이 사용되지 않은 24여년 전 촬영됐다.

물론 국립현대미술관이 재검증 요구를 받아들이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큰 사건인데다 진위가 확인된 이후 거센 후폭풍이 몰려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될지라도 한국미술의 발전을 위해서 거짓과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재검증이 실시되어야 한다. 다음 두 가지를 가정해보자.

만일 재검증한 결과 위작으로 판명난다면?

국립미술관의 소장품은 국가의 문화유산이자 대내외적으로 미술관의 정체성과 위상을 보여주는 징표다. 미술전문가에게 예술적 가치평가, 해석, 연구의 장을 제공하고 관객에게 미술 감상의 기회와 안목을 길러주는 교육용 자료로도 활용된다. 국립미술관의 소장품이 국가품격과 문화브랜드가치를 결정짓는 잣대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는 문화선진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 국립루브르미술관의 보물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영국국립내셔널갤러리의 스타소장품인 반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이 이를 증명하지 않는가. 국립미술관이 가짜그림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제적인 망신을 사게 된다는 뜻이다.

반대로 진품으로 결론난다면?

작품성, 대중성, 흥행성을 모두 갖춘 미인도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스타소장품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니콜라스 디폰조는 저서 ‘루머 사회’에서 ‘소문은 불신과 불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사실 확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반박하는 대응방법이 효과적이다’ 라고 말했다.

모두가 미인도를 알고 있지만 누구도 본 사람이 없다. 그것이 소문을 낳고 괴담을 재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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