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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심차게 내놓은 서울시 ‘공가 임대주택’ 제도, 사실상 실패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2018년까지 임대주택 8만호를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서울시가 하나의 유형으로 지난 4월 선보인 ‘공가 임대주택’ 사업이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공가 임대주택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빈 채로 남겨진 민간주택을 발굴해 시장에 공급하는 제도다. 집주인은 주변 시세보다 10% 이상 저렴하게 공급하도록 한 대신, 서울시는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지원하도록 했다. 중개수수료는 임대인ㆍ임차인에게 각각 최대 25만원까지 지원된다. 중개수수료라는 ‘당근’을 활용해 집주인들을 사업에 참여시키겠다는 의도였다.

서울시가 올 봄 내놓은 ‘공가 임대주택’ 사업이 사업시행 7개월여 만에 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전월세 가격이 치솟으면서 신청 건수가 저조해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헤럴드경제DB]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주택 유형은 전용면적 85㎡ 이하이면서, 전세금이 2억5000만원을 넘지 않는 아파트ㆍ다가구ㆍ다세대ㆍ연립이다. 집주인의 신청을 접수한 구청은 해당 주택이 시세의 90% 이하인지 검증한다. 이상이 없다면 포털 사이트(부동산114, 다음, 네이버)에 부동산 매물로 등록한다.

서울시는 이런 식으로 올해 3000호를 공급하고, 2018년까지 1만1000호 규모로 공급량을 늘려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사업이 시작된 4월부터 지금까지 계약이 이뤄진 공가 임대주택은 22건(22호)에 그친다. 당초 제시한 목표치 3000호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동ㆍ강북ㆍ강서ㆍ도봉ㆍ동대문ㆍ마포ㆍ성북ㆍ양천구에서만 실적이 나왔다.

이처럼 사업이 부진하게 된 주된 원인은 전월세 가격이 치솟는 등 시장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공가 임대주택으로 집주인이 내놓을 수 있는 전세금 2억5000만원 이하의 주택이 크게 사라졌다. 세입자들은 전셋집을 못찾아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나타나면서 집주인이 우위인 시장이 형성됐다.

실적이 1건도 없었던 강북의 한 구청 관계자는 “전셋집이 희소해지면서 집주인이 갑(甲)이 됐는데 누가 전셋집을 10% 이상 깎아주겠다고 선뜻 나서겠느냐”며 “이 제도는 전월세 시장이 부진할 때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고 했다.

시에서는 애초 사업 설계에 미숙함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서울시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사업 초기 설계를 하던 2013년에는 빈집 물량을 10만호 이상으로 추산했는데 실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가물량이 크게 떨어졌다”며 “빈집이 적어지면서 신청 건수가 저조했고 결과적으로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시는 빠르면 이달 중, 늦어도 연말까지 공가 임대주택 사업은 완전히 접는다는 방침이다. 내년도 시 예산안에는 공가 임대주택 예산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각 자치구와 시민들에겐 시의 이런 방침이 아직 전달되지 않았다. 사업이 종료되면 이미 공가 임대주택 22곳에 들어가 살고 있는 세입자들이 주변 시세의 90% 수준에 계속 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강북구 미아동 주민 최모(37) 씨는 “5월에 주민센터에서 공가 임대주택 홍보물을 보고 구청에 꾸준히 문의했으나 매물이 없다는 이야기만 들어야 했다”며 “시에서 사업을 접을 거라면 빨리 공지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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