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빚내서 차산다고요? 저는 빌려타는 ‘유저’입니다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가구당 자동차 보유대수가 1대 이상(작년 기준) 될 정도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 ‘마이카’ 현상은 여전히 강세다.

하지만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가면서까지 차를 일시불이나 할부로 사지 않고 자신이 매달 부담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비용을 내면서 내차처럼 타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전월세로 주거를 해결하듯이 차도 일정 기간 빌려서 타는 소비 행태가 확산되고 있다.

본지가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간 렌터카 등록 규모는 2012년 30만8277대에서 작년 43만3196대로 증가했다. 올해 9월 누적 현황으로는 48만5056대에 이르러 연간 렌터카 ‘50만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렌터카 등록 규모가 3년 만에 60% 이상 증가할 정도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렌터카 시장의 최근 두드러진 특징은 장기로 렌터카를 이용하는 개인 고객이 늘고 있고, 젊은층 중심으로 이 같은 행태가 눈에 띈다는 점이다.

장기렌터카는 최소 12개월에서 최대 60개월까지 일정 정도의 대여료를 내고 이용하는 차량을 가리킨다. 국내 렌터카 시장 점유율 1위 롯데렌터카의 경우 개인 장기렌터카 고객 비중은 2011년만 해도 렌터카 사업 전체의 6.7%에 불과했다. 그러다 2012년 10.4%, 2013년 15.4%, 2014년 19.2%, 올해 8월 20.7%로 꾸준히 늘어났다. 같은 기간 법인 장기렌터카 고객과 단기ㆍ월간 렌터카 고객이 63.5%에서 54.2%, 29.9%에서 25%로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점유율 2위 AJ렌터카에 따르면 개인 장기렌터카 고객 중 20~30대층은 2012년 35.8%에서 올해 3분기 42.5%로 증가했다. 특히 20대 고객은 2012년 1.5%에서 올해 3분기 10.9%로 7배 이상 늘어났다. 박준정 AJ렌터카 마케팅팀장은 “과거엔 자동차를 구입해야 한다는 오너(Owner) 마인드가 강했지만 최근엔 장기렌터카 등을 통한 유저(User) 마인드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며, “특히 20대 젊은 세대일수록 변화하는 소비트렌드에 대한 습득이 빨라 개인장기렌터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를 실구매하지 않고 리스 서비스를 통해 차를 이용하는 소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리스금융 물건별 리스실적에 따르면 자동차의 경우 2004년 1조6830억5000만원에서 작년 7조9287억7400만원으로 5배 가까이 성장했다. 올해 1분기까지 실행된 자동차 리스금융 실적은 2조4342억3700만원으로 올해 8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스 업계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FTA 발효로 인한 수입차 관세 인하 효과로 수입차 등록이 늘면서 리스금융 실적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원산지 수입차는 작년 7월 이후 관세가 인하됐고, 미국원산지 수입차는 내년 3월 이후 관세가 폐지될 예정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수입차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남과 함께 차에 대한 인식이 소유에서 대여로 발빠르기 바뀌면서 리스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젊은층 위주로 최소 30분부터 초단기로 차를 빌려타는 카셰어링도 활발해지고 있다. 그린카의 경우 2011년대비 올해 기준 회원수는 1만3000명에서 85만명, 보유차량은 110대에서 2500대, 차고지는 50개에서 1650개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고객의 80% 이상이 20~30대다. 그린카는 대학 캠퍼스내 30개, 캠퍼스 인근 150개의 대여 장소를 운영하며 젊은층 공략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실속을 중시하는 사용자들이 빌려타는 형태로 차를 이용하지만 고려할 점도 있다. 보험사들은 장기렌터카 이용 후 자동차 보험을 다시 들면 처음 가입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무사고 운전 혜택을 받기 어렵다. 이에 운전경력이 길고, 사고이력이 거의 없는 소비자들에게는 장기렌터카보다 신차 구입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카셰어링은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렌터카나 리스에 비해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가 전국 만 19~59세 운전면허를 소지한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카쉐어링 이용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6.7%가 카셰어링 서비스를 인지하고 있었다. 

반면 카셰어링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묻는 질문에 43.9%가 아는 브랜드가 없다고 말할 만큼 아직까지 대중적인 서비스로 자리잡았다고 보기에는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쏘카’(35.1%, 중복응답)와 ‘그린카’(25.8%)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었으며, ‘씨티카(9.8%)’와 ‘유카’(8.8%)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었다.

나아가 카셰어링 인지자 중 19.8%만이 서비스를 이용해본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이 서비스를 알면서도 실제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잘 모르는데다가(39.3%, 중복응답), 내 차가 아니라서 왠지 불안하기 때문에(32.5%)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약 등의 과정이 번거로울 것 같고(24.5%), 사고 시 처리과정이 복잡할 것 같으며(23.9%),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 이용이 가능할 것 같지가 않다(21.1%)는 의구심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illpass@heraldcorp.com

<사진1>최근에는 법인장기렌터카, 단기렌터카 고객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개인장기렌터카 고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렌터카]

<사진2>장기렌터카 고객이 늘면서 정기적으로 차량을 점검해주는 등 고객관리 서비스가 강화되고 있다. [사진제공=AJ렌터카]

<사진3>30분 등 초단기 동안 차를 빌려타는 카셰어링이 젊은층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제공=쏘카]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