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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Q900 테스트 현장]제네시스 ‘EQ900’ 타보니…
[뉘르부르크(독일)=조동석 기자]모터스포츠의 성지이자 수많은 레이서들의 목숨을 앗아가 ’녹색지옥(The Green Hell)‘이라 불리는 독일의 ‘뉘르부르크링 서킷’.

2013년 8월 현대ㆍ기아차는 뉘르부르크에 유럽기술연구소 뉘르부르크링 시험센터를 새로 짓고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본격적인 테스트 주행을 시작했다. 벤츠, BMW, 포르쉐 등 수많은 고급차 브랜드들의 테스트 센터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출시 전 마지막 테스트를 위해 필수적으로 거치는 코스다.
제네시스 EQ900 시험 차량이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의 코너 구간을 매끄럽게 빠져나오고 있다.[사진제공=현대차]

‘뉘르부르크링’은 차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럭셔리 세단의 자존심을 보여줄 ‘제네시스 EQ900’도 다음달 출시를 앞두고 이곳에서 완벽을 위한 담금질이 한창이다.

독일 경제의 중심지, 프랑크푸르트에서 서쪽으로 약 170㎞를 달리면 우거진 숲속 사이로 거친 레이싱 트랙의 모습이 나타난다. 트랙에는 주행 중 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고 알려진 온갖 낙서들이 뉘르부르크링의 악명을 더하고 있다.

뉘르부르크링은 유럽의 모든 실제 도로 특성을 집약시켰다고 할만큼 다양한 주행 조건을 갖추고 있다. 20.8㎞의 코스에는 73개의 코너, 급격한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된다. 해발 최저 320m부터 최고 617m까지, 고저 차이가 최대 300m에 이른다.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도로 환경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모델 ‘EQ900’은 이 서킷을 하루 30바퀴씩 달리고 있다. 총 거리는 약 624㎞로 서울~광주 왕복보다 더 길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테스트 주행은 상상 그 이상이다. 실제 시험 주행은 베스트 랩 타임의 90~95% 수준으로 진행된다. 직선구간에서 시속 200㎞ 이상, 급격한 커브 구간에서도 시속 130㎞ 이상의 속도를 낸다.

EQ900 시험 차량에 동승했다. 계속되는 급커브에 온 몸은 좌우로 급격하게 쏠리고, 직선 도로에서는 온 몸이 시트에 파묻힐 것 같다. 동승자의 안전을 위해 최대 성능의 70% 정도를 냈는데도 말이다. 이런 주행은 2개월동안 이어지며 총 1만㎞를 달린다. 이 곳에서의 1만㎞는 일반 도로의 18만㎞ 주행과 같다고 한다. 가혹한 주행 탓에 하루 30바퀴를 돌고 나면 타이어와 디스크, 패드를 매일 교체해야 한다. 엔진 오일은 이틀마다 한번씩 교환한다.

서킷 중 카루셀(Karussel) 구간은 180도 회전해야 한다. 전문 드라이버는 급격한 코너링에서 100㎞/h 속도를 유지한다. 직선도로에선 최대 속도를 뿜어낸다. 급격한 내리막 구간(여우 굴)에선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다. 가장 높은 오르막 구간에선 긴장이 배가된다. 이후 펼쳐질 도로가 안보이기 때문이다. 코스는 가혹했다.

EQ900은 급격한 회전 구간에서 언더스티어(코너링 중 자동차가 바깥으로 벗어나려는 현상)나 오버스티어(언더스티어 반대 현상)가 느껴지지 않았다. 전륜과 후륜이 딱딱해지거가 부드러워지며 승차감을 높였다.

‘EQ900’가 혹독한 환경 속에서 거칠게 다뤄지고 있는 이유는 바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초대형 럭셔리 세단이 추구하는 주행성능과 내구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뉘르부르크링의 난코스가 제네시스를 단련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의 신차는 유럽연구소 시험센터를 거친다. 출시 전 내구 성능과 R&H (Ride & Handling) 성능 그리고 파워트레인 등의 성능시험을 위해서다. 현대ㆍ기아차는 유럽연구소 시험센터를 중심으로 현지 전문 드라이버로 구성된 전문 평가팀이 차량시험을 상시로 실시하고 있으며, 가혹한 도로 조건에서 시험 차량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극한 수준의 주행 테스트 결과를 유럽기술연구소와 남양연구소로 보낸다.

dscho@heraldcorp.com

▶뉘르부르크링은?

뉘르부르크링은 독일의 중서부 라인란트팔트주 뉘르부르크 지역에 위치한 자동차 서킷으로 간단히 ‘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뉘르부르크링은 남쪽에 있는 5.148㎞ 길이의 그랑프리 서킷(Grand-Prix track)과 북쪽 20.832km의 노르트슐라이페(Nordschleife)로 나누어진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뉘르부르크링은 이 노르트슐라이페를 가리킨다.

1925년 착공을 시작해 1927년 완공된 뉘르부르크링은 1960년 스코틀랜드 출신의 전설적인 레이서인 재키 스튜어트(Jackie Stewart)가 가장 거칠고 위험한 코스라는 의미로 ‘그린 헬(Green Hell)’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1976년 F1 레이서인 니키 라우다(Niki Lauda)가 전복 사고로 심각한 부상을 입자 뉘르부르크링은 F1 드라이버에게 안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더 이상 F1 대회를 열지 못하게 된다. 이후 1984년 남쪽에 안전성을 강화한 그랑프리 서킷이 건설되면서 그 이듬해 이 GP 서킷에서 F1 대회를 다시 유치할 수 있게 된다.

뉘르부르크링은 유럽 그랑프리, 슈퍼바이크 월드 챔피언십 등 국제 모터스포츠 경기와 뉘르부르크링 24시, 뉘르부르크링 1000㎞와 같은 내구 레이스가 연중 열린다.

동시에 전 세계 유명 자동차 메이커들이 신차 개발의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고 있으며, 노르트슐라이페에서의 주행 성적을 차의 성능으로 간주하고 있다. 또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이 다양한 모터스포츠를 직접 보고 체험하기 위해 뉘르부르크링을 찾고 있으며, 이들 중 많은 드라이버들이 지옥의 서킷을 직접 달려보기 위해 이 곳을 찾고 있어 ‘독일 모터스포츠의 성지’로도 불리운다.

▶전 세계 자동차의 테스트 요람, 뉘르부르크링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신차 개발을 위한 요충지로, 뉘르부르크링에 테스트 센터를 설치하고 상시 시험을 하고 있다. 현재 뉘르부르크링의 IP(Industry Pool) 멤버로 등록돼 있는 업체 수는 총 44개이다.

애스턴마틴, 포르쉐, 페라리, 맥라렌 등 슈퍼카 업체부터 BMW, 아우디, 다임러 등 대부분 고급차 브랜드들이 뉘르부르크링을 끼고 테스트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부품 업체, 타이어 업체, 모터사이클 업체들이 저마다 최고의 성능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이곳에서 연구와 시험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내로라 하는 자동차 및 관련 업체들의 테스트 센터들이 뉘르부르크링에 자리잡고 있는 이유는 바로 뉘르부르크링 서킷의 특징과 관련이 있다. 노르트슐라이페는 고저 차이가 최대 300m에 이르러 오르막 경사는 최대 17%, 내리막 경사는 최대 11%에 이르는 급경사가 반복된다.

20.8㎞의 주행 코스 중 우측 코너 40개, 좌측 코너 33개 총 73개의 코너가 있어 급커브가 반복되는 극한의 도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악명 높은 뉘르부르크링은 유럽을 포함한 거의 모든 도로 환경을 갖추고 있어 차량의 최대 성능치를 끌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코스이자 최적의 장소인 것이다. 각 자동차 메이커들은 폭설이 잦은 겨울철을 제외하고 3~10월 약 16주의 할당된 IP 기간 동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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