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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세계2위 반도체장비社 한국 투자 물거품만든 국회
국회가 경제활성화와 규제 관련 법안 처리에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외국기업들이 한국을 떠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이들이 떠나면 그만큼 일자리도 줄어든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각국의 경쟁이 처절할 정도로 치열한데도 우리 국회는 마냥 느긋하기만 하다. 청년 실업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판에 국회가 굴러온 복을 차버린 것이다.

세계 2위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램리서치가 최근 한국을 포기하고 대만으로 물류 거점을 옮겼다는 일부 보도는 우리 국회의 무지와 무개념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아시아 시장 확대를 엿보던 이 회사는 당초 인천공항 물류단지 내 3만㎡ 부지에 물류시설을 지으려고 실사까지 마쳤다. 연매출 규모가 9조원이 넘는 회사라 고용 확대 등 그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됐다. 램리서치도 세계 최고 수준의 통관시스템이나 국내 업체들과의 네트워크를 고려할 때 인천공항 물류단지는 창고를 짓기에 딱 알맞는 곳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물류 창고에 물품을 반입할 때 국내 기업은 영세율이 적용되지만 외국 기업은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는 규정이 걸림돌이 됐다. 이게 잘못됐다는 걸 정부도 알아차리고 급하게 지난해말 ‘자유무역지역지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가 1년이 다 되도록 논의 한번 없이 시간만 끌자 램리서치가 대만 가오슝으로 가버린 것이다. 국회는 이런 사실이 있었는지 알고나 있는지 의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경제 규모에 비해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 실적이 부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FDI 유치액은 100억달러였는데, 경제규모가 절반인 네덜란드는 300억달러를 유치했다. 특히 우리 경제의4분의 1 수준인 싱가포르는 무려 680억달러를 끌어들였다. 외국기업들이 보기에 한국은 ‘비즈니스’를 할만한 나라가 못되는 것이다. 수도권 규제와 행정지원 미비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국회가 제 때,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한 탓이 크다.

지금도 국회에는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 관련 핵심 법안들이 잔뜩 계류돼 있다. 특히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라 할 서비스산업기본법은 3년째 국회에 묶여있다. 정부가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는 서비스산업 경쟁력과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고 강조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올해 안에 비준되지 못하면 1조5000억원의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다”는 통계를 들이대도 마이동풍이다. 이러니 국회를 심판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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