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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도나도 중도금무이자ㆍ이자후불제…이것만은 꼭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중도금(60%) 전액 무이자’,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

견본주택에서 받아보는 리플렛(홍보 전단)을 살펴보면 눈에 띄는 문구다. 중도금무이자와 이자후불제, 계약금 정액제는 건설사나 시행사가 ‘금융혜택’이라며 강조하는 대표적인 내용이다.

통상 대규모 집단대출을 일으키는 아파트 분양사업의 경우 대출금에 대한 이자는 계약자가 내야 한다. 다만 시공사들은 일부 사업장에서 이런 금융 지원책을 내걸기도 한다.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소비자들의 초기 자금 부담을 일부 덜어주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런 문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선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금융혜택은 공급자들이 즐겨 쓰는 마케팅 장치다. 아파트도 엄연한 ‘상품’이기에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구매욕구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거엔 미분양이 발생한 사업장에서 잔여 가구를 최대한 빨리 털어내기 위해 제공됐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생한 중대형 아파트 미분양분을 팔기 위해서 건설사와 분양대행사가 20~30% 가량 할인에 나서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분양시장 상황이 나아지고, 쌓여있던 재고물량이 소진되고 있지만 도리어 금융혜택을 내세우는 곳들은 더 늘어나는 분위기다. 분양 초기부터 금융혜택을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사업장도 많다. 분양 경쟁 속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중도금 무이자라는 말이 계약자가 내야하는 이자가 전무(全無)하다는 뜻은 아니다. 건설사가 은행과 중도금 집단대출 계약을 하면서 발생하는 이자비용은 통상 분양원가에 반영된다. 또 이자후불제의 경우 통상 잔금을 치르는 시점에 이자를 한꺼번에 내는데, 그 시점에는 금리가 오를 소지도 있다.

최근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판결이 나왔다. 세종시의 한 아파트 입주자들이 시공사를 상대로 “중도금 무이자 허위 광고로 입은 피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 대해 법원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한 것이다.

입주자들은 “분양 당시 시공사가 ‘중도금 전액 무이자 융자’를 내걸고 아파트를 분양했으나, 알고보니 중도금 이자비용을 분양원가에 포함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는 “금융비용이 분양가에 포함된다는 것은 언론보도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이고, ‘중도금 전액 무이자 융자’란 단어에 이자까지 완전 무상이라는 의미가 담겼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주택시장 전문가는 “분양가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세부적으로 알 수 없어서 일부 소비자들은 금융비용이 분양가에 반영된다는 사실을 오해할 수 있다”며 “법리적으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겠으나, 실제 시장에서 금융혜택이 소비자들에게 가져다주는 심리적 효과 등을 감안한다면 아쉬운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분양을 앞두고 나오는 입주자모집공고에는 해당 아파트의 공급금액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기재돼 있다. 하지만 ‘대지비’, ‘공사비’ 등으로 뭉뚱그려져 있어서 건설사들의 마진이나 금융비용이 어떤 수준인지 알 수 없다. 시공사들은 구체적인 분양원가는 공개하지 않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건설경제연구실장은 “건설사들이 각종 금융혜택을 내세우면 소비자들은 혹할 수 밖에 없다”며 “현재로서는 소비자들의 똑똑한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분양공고를 꼼꼼히 읽어보고 평균 분양가가 아닌 면적별, 타입별로 분양가를 따져본 뒤 분양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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