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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그런다고 H&M이 발망(Balmain) 되진 않아!”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지난 주말(10월 30일), 글로벌 SPA(생산유통일괄) 업체 H&M의 서울 명동 눈스퀘어점. 프랑스 패션 브랜드 발망(Balmain)과의 콜라보레이션 컬렉션 출시를 앞두고 제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노숙이 시작됐다. 전세계 동시 런칭은 오늘(5일)이다.

“아니, 아직 6일이나 남았는데?” 이례적이었다. H&M이 마르니, 마르지엘라, 이자벨 마랑, 알렉산더 왕 등 세계적 디자이너들과 협업 컬렉션을 선보일 때마다 2~3일 전부터 매장 앞에 진을 치는 노숙자(?)들이 있어 왔지만, 이번에는 이 진풍경이 너무 일찍 시작된 것이다.

월요일(11월 2일). 국내 H&M 홍보팀으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다. 매년 해왔던 협업 컬렉션 사전 쇼핑 행사를 취소한다는 내용이었다. “주말부터 대기고객줄이 생겨났고 그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설명이 붙었다. 폭발적 수요에 맞추기 위해 물량을 조절한다는 의도로 비쳐졌다. 어차피 행사를 쫓아다닐 정도의 열정은 없었기에 그다지 실망스럽지도 않았다. 다만 “올핸 참 유난스럽구나” 그 정도. 

수요일(11월 4일) 아침 출근길. 작년에 구입한 알렉산더 왕×H&M의 검은색 재킷을 꺼내 입었다. 런칭 당일 압구정 매장에서 오후 3시쯤 환불 고객이 던지고 간 상품을 냅다 낚아 채고선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 의기양양했던, 바로 그 옷이다.

옷걸이 한 켠에 수년째 묵고 있는 마르지엘라×H&M의 문신(Tatoo) 티셔츠도 보였다. 어쩜, 마르지엘라×H&M, 알렉산더 왕×H&M 로고가 새겨진 종이 가방까지도 구겨진 자국 하나 없이 그대로다.

알왕 재킷은 노트북 든 백팩보다 무겁고(먼지는 또 왜 그렇게 잘 묻는지!), 마르지엘라 티셔츠(44사이즈)는 지금 입기에는 이미 2사이즈나 작아져 버렸지만, 알왕과 마르지엘라는 그렇게 고이 옷장 속에 모셔져 있었다.

젊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올리비에 루스텡이 협업한 2015년 발망×H&M 한정판 컬렉션들을 봤다. 진주 비딩이 촘촘히 박힌 파워 숄더 재킷, 기하학적 패턴이 수놓아진 블랙 벨벳 원피스, 볼드하고 메탈릭한 벨트, 액세서리…. 발망 특유의 록시크룩(Rock Chic Look)이다. 아아, 줄 서긴 싫어도 한벌 쯤은 갖고 싶다. 게다가 10분의 1 가격에 발망을 득템할 기회인데!

드디어 D데이(11월 5일)다. 올해에도 환불 고객이 떨구고 간 아이템 하나 건질 수 있을까. 작은 희망(?)을 갖고 정보 검색에 나섰다. 그러다가 발견한 한 네티즌의 덧글.

“그런다고 H&M이 발망 되진 않아!.”

가슴이 뜨끔해졌다. 그래, 사실 H&M의 콜라보레이션 한정판 마케팅은 허망하다. 고가의 브랜드를 노력 여하에 따라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이지만, 그 이전 이후에 출시되는 진짜 H&M의 옷들은 한 시즌 지나면 입기 힘든 소재와 디자인이 대부분이다. 그야말로 SPA 브랜드의 스피릿(Sprit)에 너무도 충실하다.

당신 말이 맞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들과 손잡았지만 H&M은 여전히 H&M이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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