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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김필수] 대가(大家)들의 향기
“사람들은 눈감고도 한다는데, 할수록 어려워요”(침선장 구혜자)

“아주머니들이 인사할 때마다 하는 말이 ‘이사 안 가실 거죠’예요”(사진작가 김중만)

“왜 이 작품을 한다 그랬을까. 관객으로만 볼 걸”(연기자 정보석)

올해도 두 달 남았다. “두 달 밖에”일 수도, “두 달씩이나”일 수도 있다. 좀 이르지만, 한해를 뒤돌아봤다. 본지 라이프스타일섹션을 통해 소개된 대가들을 다시 소환했다.

# 침선장 구혜자의 ‘겸손’(2015.4.3)=구혜자(74) 침선장의 침선 경력은 근 30년이다. 1988년 시어머니 정정완(2007년 작고) 선생에게 배우기 시작했다. 이제 눈감고도 할 수 있는 침선이다. 어떻게 배운 침선인가. 눈물 쏙 빼는 불호령을 여러 번 들었다. “당시 시누이, 동서와 입문했는데, 다 그만 두고 저만 남았죠” 언젠가 지역 향교가 주문한 한복 10벌을 지어주고 시어머니로부터 최고이자 유일한 칭찬을 들었다. “흉내는 냈다” 인고의 세월을 거쳐 2007년 7월 시어머니 뒤를 이어 침선장 보유자가 됐다. 익은 벼가 더 고개를 숙인다. “여전히 한복 짓는 일이 어렵다”

# 사진작가 김중만의 ‘버림’(2015.9.11)=사진작가 김중만(61)도 30년 경력이다. 이제 많은 걸 내려놨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레게머리를 잘랐다. 그를 대중과 가깝게 해준 상업사진도 버렸다. 수입이 20분의 1로 줄었다. 그의 말이 걸작이다. “내 시간이 20배로 생겼다” 스튜디오는 강남구 청담동, 집은 동대문구 전농동이다. 전농동에서는 그냥 아저씨다. 주민들은 “이사 안 가실 거죠?”라고 붙들고, 그가 습관처럼 차에 두는 카메라를 보고 “누가 가져갈지 모르니 창문 닫으라”고 걱정해준다. 그는 더 버린다. “100만달러 작가 꿈을 이루면 미련 없이 1달러 짜리 사진을 찍겠다”

# 연기자 정보석의 ‘몰입’(2015.4.24)=화가 마크 로스코전(展)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던 지난 4월. 연기자 정보석(54)은 5월1일 개막하는 연극 ‘레드’에 푹 빠져 있었다. 레드는 로스코의 작품명이기도 하다. 정보석은 ‘레드’에서 로스코역을 맡았다. 본인이 선택했다. 2011년 ‘레드’ 초연 당시 관객으로 갔다가 “다음에 꼭 출연하고 싶다”고 원했다. 막상 맡으니 고통이다. “요즘 잠을 못 자요”, “지금까지 한 작품 중에 가장 어렵다”, “왜 한다 그랬을까. 관객으로만 볼 걸. 바보” 작품에 온전히 몰입하니, 실제 로스코처럼 혼란스러워졌다. 그만큼 ‘빨간’ 열정이 아직 그에겐 남아 있다.

P.S) 홍콩 아트컬렉터 애드리언 쳉의 ‘열린 생각’(2015.8.28)=쳉(35·뉴월드개발 부회장)은 홍콩 재벌 3세다. 세계 미술시장의 큰 손이기도 하다. 그는 오픈 마인드다. 자신의 스마트폰 속 작품사진을 맘대로 갖다 쓰라고 하고, 즉석에서 기자와 SNS 친구를 맺었다. 한국 화가를 추천해 달라고도 하고, 친하다는 한국 재벌 3세와 연예인을 스스럼없이 공개했다. 하이라이트는 아트컬렉터로서의 열린 생각이다. “컬렉팅의 목적은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미술의 민주화. 신선했다.

겸손, 버림, 몰입, 열린 생각. 평생 좇을 대가들의 향기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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