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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기초ㆍ소재 기술 지원 가속도…“10년 내 ‘노벨상급’ 최고 과학자 1천명 육성”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19일 대전에서 개막한 세계과학정상회의에서 발표된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GDP 대비 연구 개발 투자 비중은 4.15%(2013년)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4%를 훌쩍 뛰어넘는 세계 2위 최상위 수준이었으나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인정받는 과학논문 건수는 글로벌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투자는 많으나 과학기술계를 주도할 연구 성과는 많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2002년에서 2012년까지 전세계에서 피인용 상위 1% 논문 점유율에서 한국은 2.2%로 15위를 차지해 미국(54.8%, 1위)이나 중국(7.8%, 4위), 일본(5.6%, 7위)과의 격차가 컸다. 세계 최고 권위의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3대 저널 논문 게재 수(2014년)는 54편으로 18위에 그쳤다. 이 역시 미국(1577편, 1위), 중국(177편, 5위), 일본(158편, 7위)에 한참 뒤처지는 수치다. 데이터 분석을 통한 국내 과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5년 내 노벨상 수상가능성은 5% 이하이며, 10년 내에도 30%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주요 3개국의 과학 논문 수준 비교

과학기술 혁신 등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해 설치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22일 청와대 보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에 기초 과학 발전과 지원 방안을 제안한 것은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과의 과학 연구 성과 격차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자문회의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창의적 아이디어에 기반한 개인과 집단의 기초연구를 지원하는 연구자 중심형 기초 연구비 비중을 현재의 22%에서 2017년까지 30%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연구자 맞춤형 지원체계로 개편해 창의적 연구 지원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또 ‘한우물 파기 연구’의 장기적(5~10년) 지원 강화와 산업 및 타 학문의 기반이 되는 생물다양성, 기초연구 보호분야 육성 강화 방안도 제안했다. 데이터에 기반한 새로운 연구 성과 평가 체계를 도입해 선도형 기초 연구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도 자문회의 보고에 포함됐다. 신종 감염병이나 사이버 범죄 등 사회적 난제에 대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및 시민 포럼 등을 구성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환경오염‧감염병 등 지구촌 문제 대응 이니셔티브 추진을 통해 국제사회 리더십 확보하기 위한 전략도 정부에 제안했다. 

한국의 연구개발투자비 구성과 피인용(IF) 논문 건수

세계 최상위 수준의 과학기술자 양성은 자문회의가 이번에 가장 중점으로 제안한 정책 방향이다. 향후 10년간 매년 100명의 젊은 연구자를 선발해 연구비를 집중 지원하는 ‘넥스트 디케이드 100’ 등 기초 연구 지원 강화를 통해 2025년까지 노벨상 수준의 세계 최상위 연구자 1천명을 육성하고 피인용 논문을 1천편 이상 생산하며, 10개 분야에서 1등 기술을 달성한다는 것이 자문회의가 밝힌 목표다.

자문회의가 내놓은 소재 기술 혁신 전략 역시 한국 경제와 산업, 제조업 전반에 드리워진 ‘넛크래커’ 상황에 대한 위기감과 무관치 않다. ‘넛크래커’는 호두까기 기계를 말하는데,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서는 기술과 품질 경쟁에서, 후발 개발도상국에 비해서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현상을 비유한 말이다. 자문회의에 따르면 소재 기술의 성장기여율은 정보통신ㆍ환경ㆍ바이오기술 등 각 첨단 분야에서 50~70%에 이르고, 소재 산업의 무역 수지 흑자는 지난 10여년간 연평균 22%를 기록하며 전체 무역 수지 흑자를 이끌어왔으나 높은 기술력을 가진 일본과 신흥 소재강국인 중국사이에서 새로운 넛크래커 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며, 여전히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자문회의의 판단이다. 실례로나노소재분야의 경우 앞선 한국과 뒤진 중국의 기술격차는 지난 2000년 2.5년에서 지난해 1.1년으로 대폭 줄었다.

이에 자문회의는 소재 기반의 성숙산업 혁신을 위해 정부출연연구소의 기술이전을 연계, 중소기업 주도로 ‘한계돌파형 소재’ 개발을 추진한다는 전략을 내놨다. 신성장 산업 선점을 위해 수요 대기업이 견인하고 중소·중견기업이 주도하는 ‘길목지키기형 소재개발’ 플래그십 프로젝트도 추진하자는 내용도 내놨다. 또 첨단 IT기술과 소재설계기술을 융합한 ‘웹기반 계산재료과학 플랫폼’과 ‘소재 빅데이터’ 구축을 통해 소재개발공정 및 기간을 50% 단축하는 내용도 추진할 것을 정부에 당부했다.

소재기술 혁신을 이끌 기구 설치도 제안했다. 정부 범부처 기구인 ‘코리아 머터리얼 이니셔티브’다. 이는 미국의 ‘머터리얼 게놈 이니셔티브’ ‘나노테크놀로지 이니셔티브’나 일본의 ‘신원소전략’ 등 전세계적인 추세를 따른 것으로 인프라를 확충하고 산업간, 대ㆍ중소기업간 연계를 강화해 소재 개발 기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22일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미래 기초연구를 이끌어갈 신진 인력 지원 확대, 한 분야에 대한 장기‧집중 연구지원 도입, 평가위원 풀의 다양화, 모험적 소재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 강화, 장기적 관점의 소재연구 지원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문회의의 보고 내용을 중심으로 창조경제 실현을 앞당길 수 있도록 관련 부처가 긴밀히 협력하여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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