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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박상근] 헛바퀴 도는 서민 주거안정대책
정부의 전월세대책 중 서민 주거와 직접 관련 있는 것은 공공 및 민간 임대주택 공급확대다. 먼저 공공임대주택 사정을 보면, 2013년 말 현재 공공임대주택은 112만 4000가구로서, 총 주택 수 대비 5.8%에 불과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5%, 프랑스 17%, 영국 17.5%에 비해 턱 없이 낮다. 더구나 그동안 정부가 밝혀왔던 공공임대주택비율 목표치인 10%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가는 최저생계비 이하 소득으로 생활하는 ‘절대빈곤층’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다. 이는 헌법과 주거기본법에 국가 책임으로 규정돼 있는 사항이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절대빈곤층은 219만6000가구(2013년, 11.7%))다. 절대빈곤층 중 공공임대주택을 공급받지 못한 가구는 107만2000가구(219만6000가구-112만4000가구)에 달한다.

정부 계획에 의하면, 오는 2022년에야 공공임대주택 수가 200만 가구 이상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2022년까지 매년 11만8000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계획이 차질 없이 집행돼야 7년 후에나 OECD 평균 공공임대주택비율(11.5%)을 따라 잡는다. 현재는 절대빈곤층에 비해 공공임대주택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들의 주거가 열악하고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절대빈곤층 107만2000가구를 주거복지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있다. 경제적 약자, 절대빈곤층이 공공임대주택을 공급받지 못하는 기간 동안 ‘바우처(voucher)’ 대상으로 선정해 월세의 일부를 직접 지원하는 대책을 내놓을 것을 제안한다. 이래야 정부 전월세대책의 실효성이 높아지고, 송파 세 모녀 동반 자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는다.

올해 들어 시장에선 집주인의 월세 선호 현상과 세입자의 전세 선호 현상이 맞물려 전세 수요에 비해 그 공급이 턱 없이 부족하다. ‘수요공급’의 시장원리에 따라 전셋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의 ‘저리(低利) 전세자금 대출 확대’는 오히려 전세값을 올리고 가계부채를 늘리는 반(反)시장정책에 해당한다.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 정책으로 시장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장에서 형성된 6~8%대 전세보증금의 월세전환율을 5% 수준으로 내리는 정책은 서민 주거안정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것이 주택임대수익률을 하락시켜 민간임대주택 공급 감소로 이어지는 역효과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정부의 민간임대주택정책의 최대 난맥상은 임대주택의 ‘등록 및 관리ㆍ세금’ 문제다. 올해로 임대주택등록제 시행 21년째를 맞았지만 등록임대주택 수는 35만7600가구로 총 임대주택의 5.6%에 불과하다. 미등록 민간임대주택 640만3000호에 대한 정부의 임대차 정보 수집과 관리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리고 주택 2채 이상을 소유한 임대소득자 136만 5000명 중 임대소득세를 낸 사람은 고작 8만3000명(2003년)이다, 집 부자 약 128만 명이 주택임대소득세를 한 푼도 안냈다. 정부가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해 임대주택의 등록과 관리, 세금 부과를 정상화해야 전월세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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