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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허용석] 일본 재정에서 배울 세 가지
우리 경제는 여러모로 일본과 닮았다. 많은 학자들이 20년 정도 격차를 두고 일본과 같이 간다고 우려한다. 일본은 1970년을 정점으로 성장률이 하락해 2000년 이후 평균 1%를 밑도는 초저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2000년을 전후한 10년,그러니까 1990~2010년의 약 20년 동안 일본 재정,특히 세수부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보는 건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음에도 세수 절대규모가 줄어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1990~2010년 중 일본의 일반회계 세수는 절대액 기준으로 30% 가량 줄었다. 1990년에 중앙정부는 국세로 63조엔을 걷었는데 2010년에는 44조엔을 걷었다. 세수가 19조엔 감소한 것이다. 이 기간 중 연평균 성장률은 1.2%로 비록 낮기는 했지만 마이너스 성장을 한 건 아니었다. 반면 세수는 소득세와 법인세가 거의 반토막 났다.

1990년에는 소득세와 법인세를 각각 26조엔, 18조엔 걷었는데 2010년에는 13조엔, 9조엔을 걷었다. 같은 기간 중 소비세를 포함한 간접세가 16% 늘었지만, 간접세 증가가 직접세의 감소 폭을 이기지 못했다. 1990년 당시 일본은 국세의 75%를 직접세로 걷는 전형적인 직접세 중심의 세수 구조였다. 이 세수구조 역시 바뀌어 2010년에는 직접세 비중이 56%로 낮아졌다.

세율 변동과 세수 사이의 관계를 일의적으로 설명하는데 어려움이 있음을 보여줬다. 경제가 디플레이션 국면에 있을 때는 더욱 그래 보인다. 예컨대, 세율을 내리면 성장이 촉진되어 경제규모가 커지고 결국 세수가 늘어난다고 얘기하는데 일본의 사례를 보면 꼭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앞에서 1990년과 2010년 사이에 소득세와 법인세가 반 토막 났다고 했는데 일본은 이 기간 중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을 10%p 인하했다. 비교적 큰 폭의 세율 인하가 있었음에도 성장이나 세수 증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그러면 반대로 세율을 올리면 세율 인상 폭에 비례해 세수가 늘어날까. 이것도 간단치 않다. 일본은 1997년에 소비세율을 3%에서 5%로 올렸다. 세율을 올리기 직전년도의 소비세수가 9조 3000억엔이었는데, 세율을 인상한 처음 두 해 반짝 세수가 늘었다가 이내 원위치되어 9조엔 대에서 10여년을 머물렀다. 세율 인상 효과가 10~15년의 시차를 두고 나타났다면 조세정책 변수가 제대로 작동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증세에도 타이밍이 있다. 적절한 세율 인상 시기를 놓치면 재정건전성 회복이 어렵다. 이 시기를 놓치면 국가채무 절대치를 줄이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옳다. 일본 정부는 소비세율을 5%에서 10%로 높여 13조 5000억엔을 증수하려 했다. 그러나 세율 인상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8%까지 인상한 후 추가 인상은 미루어 놓고 있다. 8% 세율 인상으로 증수되는 재원은 8조 1000억엔으로 추정되는데 일본은 이미 국채이자 만으로 매년 10조엔을 상회하는 지출을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IMF나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일본의 소비세율 인상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이런 요인들이 누적되어 일본의 일반회계 세입구조를 보면 국채발행액이 국세수입보다 크다. 다른 나라에서 볼수 없는 이런 기형적인 세수구조는 2009년부터 시작됐다. 그해 국세수입이 39조엔,국채발행액이 52조엔이 되면서 세원에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우리나라 재정구조는 아직 일본과 차이가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압축성장을 해온 만큼 재정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하면 그 속도 또한 압축적이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금 국민이 보고 있는 재정지표가 머지않아 물 위로 떠오를 바닷 속 빙산은 보지 못한 채 떠올라있는 빙산만 보고 있는 건 아닌지. 통상 빙산은 전체 모습의 10%만 물 위에 내놓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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