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부실기업 정리, 속도 내되 ‘실적주의’는 경계해야
정부의 부실기업 솎아내기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융위원장이 주재하는 범정부 기업구조조정 협의체가 연내 가동에 들어간다. 협의체는 기간산업과 대기업그룹의 산업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추진 방향을 마련하고, 채권 은행의 구조조정을 독려하게 된다. 특히 대기업에 대해서는 강화된 여신 시스템을 적용해 신용위험 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근거로 부실징후기업을 골라내 워크아웃 등에 나선다는 것이다. 또 중소기업은 최근 2년간 재무구조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난 1934곳 중 부실 정도가 심한 기업을 대상으로 정리에 착수하게 된다.

그동안 한계 기업 정리는 경제 불황 등의 여파로 도외시 해온 게 사실이다. 더구나 채권단의 자율 결정에 전적으로 의존하다보니 제자식 부실 감추기에 급급해 구조 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실제 지난해에 비해 올해 부실 기업이 큰 폭으로 늘었는데도 퇴출 기업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대기업의 경우도 매각, 인수합병 등 소문만 무성할 뿐 진행은 지지부진하다 보니 정부가 직접 부실기업 정리를 챙기고 나선 것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아닐 수 없다.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갚지못하고 부채로 연명하는 이른바 ’ 좀비기업 ‘ 이 전체 비금융 상장사 가운데 34.9%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부실기업은 덤핑 등 관련 시장 질서를 혼란에 빠뜨려 정상 기업 경영까지 위협할 정도다. 그러다 보니 기업발 경제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내년 4월 총선이 임박해지면 기업 정리는 아예 물 건너갈 수 있다. 정치권은 한계기업에 대해 정리보다 되레 지원하라는 목소리를 높일 게 분명하다. 정치권 외압이 적고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연말까지가 기업구조조정의 최적기인 셈이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 부실기업을 빨리 해결하라” 고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기업 구조조정이 실적 중심으로 흘러선 안된다. 효율성과 혁신성을 담지 않으면 차라리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할 수도 있다. 개별 기업의 비전 평가와 향후 산업 전망이 우선 고려돼야 하는 이유다. 또 노사 공동 노력 등을 종합 평가해 옥석을 잘 가려내야 공감대를 이룰 수 있다. 퇴출기업 숫자를 금융기관에 배정하는 과거 방식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는 구태는 없어져야 비로소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무엇보다 금융 부실화와 나라경제를 위기에 몰아넣는 좀비 기업은 과감히 잘라내되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을 죽이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