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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문창진] 자살 늘면 국민행복도 없다
지난 9월 10일은 자살예방의 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9.1명으로 회원국 중 단연 1위다. 2위인 헝가리(19.4명)와의 격차도 매우 크다. 반갑지 않은 자살 금메달을 11년째 목에 걸고 있다. 자살률이 한 때 정점을 찍었지만 지금은 하강추세에 있는 OECD 선진국들이 부러울 뿐이다.

매일 40명이 자살하는 나라, 산업화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자살이 10-30대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 사회통합과 국민행복수준이 바닥권인 나라. 외국 언론과 국제기구가 우리나라에 대해 내리고 있는 사회적 평가다. 한마디로 부끄러움을 금할 길이 없다.

대한민국 헌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떤가? 정부가 국민행복시대를 외치고 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자살자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국민행복수준을 나타내는 여러 지표가 있지만 어떤 면에서 국민행복수준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자살률이다. 이 점에서 볼 때 우리 국민은 헌법에서 정한 행복추구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사회로부터 희망과 용기를 얻기도 하지만 절망과 좌절도 경험한다. 한국사회는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경쟁사회에서는 낙오된 이들을 위한 자리는 없다. 다시 도전하든지 도태되든지 두 가지 선택만 있을 뿐이다. 살아남은 이들도 도태되지 않으려고 매일 생존전쟁을 치른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따른다. 살아남기 위해 자본주의 논리인 경쟁을 선택해야 한다면, 그리고 OECD 선진국들도 경쟁무대에 서 있다면 왜 대한민국만 자살률이 유달리 높은 것일까? ‘과유불급’이라고 했는데 한국사회의 경쟁강도와 속도가 지나치게 크고 빠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쉬어갈 여유가 없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창조적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대한민국 호는 오늘도 달리고 있다. 성장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경제라는 발전소가 밤낮없이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경쟁보다 공생을, 효율보다 통합을 상위가치로 인정하지 않으면 국민행복의 완성은 요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선진국이라는 금자탑을 세우기 위해 성장엔진을 멈출 수 없다면 사회구성원들이 스스로 생명을 포기하지 않을 정도의 희망과 용기는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행복추구권을 보장한 헌법정신과도 맞다.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위기상황에 처한 약자들을 좀 더 폭 넓고 따뜻하게 포용하는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자살이 경제문제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단순한 물질적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웃과 동료의 어려움을 마음으로 보살피는 공동체가 없으면 자살행진을 막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물론 가족, 이웃, 학교, 지역사회, 직장이 합심하여 튼튼한 공동체를 세워야 한다.

자살이 순수한 개인문제 때문이라면 국가의 책임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자살이 사회구조적 문제와 관련이 있다면 자살예방은 국가의 몫이다.

자살의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사회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자살을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 보건문제로 보고 회원국들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앞으로 어느 정부든 국민행복을 추구할 생각이 있다면 자살예방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자살이 늘어나면 국민행복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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