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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황해창] 한국형 ‘블랙 프라이데이’ 성공조건
이달 1일부터 2주 동안 진행되는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이하 블프)’가 8일로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굳이 기자더러 중간평가를 하라면, ‘가능성 매우 큼’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유통 쪽에 밝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쇼핑을 즐기는 편도 아니다. 백화점보다는 아내의 독특한 취향으로 전통시장을 되도록 찾는다. 그럼에도 이번엔 현장을 찾고 시장동향과 관련 뉴스를 스크랩해 보고 있다. 무엇보다 예감이 좋았고 또 결과도 대박이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정부세종청사 현장 데스크로 뛰다보니 경제활력 회복이라는 말을 늘 무겁게 눈과 귀에 담고 산다. 실제로 경제 사정이 다급하다. 수출은 9개월째 내리막길이다. 세계시장에서 수요가 줄어든 때문이다. 물론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실직자가 속출하고, 미래가 불투명하니 지갑을 닫아 소비가 곤두박질이다. 결국 내수위축은 경제성장율 정체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비심리를 더 얼어붙게 한다. 전례없이 악순환 고리가 견고하다.

이번 한국판 블프는 이런 점에서 각별하다. 매년 외국인 대상으로 연말연초에 해 온 ‘코리아그랜드세일’과 사뭇 다르다. 특히 이번 블프는 메르스로 죽은 소비심리를 되살리자는 취지로,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던 광복절 전날(8.14)부터 이달 말까지 진행 중인 장기 코리아그랜드 세일의 하이라이트인 셈이다. 내외국인 모두 환영이다. 

출발부터 회의적인 전망이 컸던 것은 유감이다. 졸속이어서 시장이 난장(亂場)이 될 거라는 예단도 없지 않았다. 특히 정가 부풀리기, 미끼상품 진열 등 대형 세일 때마다 도진 천박한 상혼에 대한 우려도 컸다. 하지만 첫 주말을 보낸 지난 5일, 정확한 수치는 아닐지라도 일부 유명 백화점 매출이 두자리 정도 오른 것으로 확인됐고, 이후 며칠 간의 성과도 예상을 뛰어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이 기자실을 찾아 준비 부족에도 행사 진행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며 개선의지를 보인 것도희망을 보게 한다. 블프 시작 이튿날에서야 ‘참여업체 신청하기’ 세션을 오픈한 사실도 공개됐다. 백화점이나 대형 몰 위주이다 보니 재래시장이 상대적으로 외면당하는 세일 양극화 현상도 인정했다. 그럼에도 백화점,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 70개 업체(약 3300여개 점포)에다 200여개 전통시장이 참여를 밝힌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만큼 시장이 블프를 갈구한다는 얘기다.

고칠 점이 많다. 우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시장 주체가 동참하는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를 꾸릴 필요가 있다. 지금 문제는 물건을 만들어도 안 팔린다는 점이다. 지식보다는 지혜로 구매 감성을 자극해야 한다. 다행히 정책의 진정성도 먹혀들고 있다. 블프의 원조인 미국의 유통시스템은 우리나라와 다르다. 따라서 유통업체 뿐만 아니라 재고로 힘들어 하는 제조업체들을 전면에 내세워 할인폭을 키우고 윈-윈하도록 하자. 무엇보다 블프가 문화로 정착되게 해야 한다. 예고되고 약속된 블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블프라야 명실상부한 ‘쇼핑 코리아’를 이뤄낼 수 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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