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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성비 오덕] 5060만 화소 슈팅머신, 캐논 EOS 5Ds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영화 ‘로드 오브 워(Lord Of Warㆍ2005)’에서 니콜라스 케이지(유리 올로프)는 ‘AK-47’을 대량살상무기의 최고봉이라고 말한다. 미하일 칼라시니코프가 설계한 소련의 보병 화기 AK-47은 높은 신뢰성과 내구성으로 ‘최강의 무기’로 꼽힌다. 디자인과 휴대성 논외다. 무기 전문가들도 어떠한 환경에서도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는 완벽한 돌격소총이라고 입을 모은다.

캐논의 35㎜ 풀프레임 카메라 ‘EOD 5Ds’를 손에 쥐었을 때 AK-47이 떠올랐다고 말한다면 과장일까? 다소 떨어지는 휴대성과 투박한 조작체계를 압도하는 고화질. 그리고 카메라의 본질만을 꿰뚫은 퍼포먼스는 ‘괴물’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린다. 손에 익숙해지는 순간, 어떤 플래그십도 떠오르지 않는 매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풀프레임 기종 중 최고 화소인 약 5060만 화소와 ‘듀얼 디직6(Dual DIGIC 6)’ 영상처리엔진, 61포인트 고밀도 레티큘러 AF(61-Point High Density Reticular AF) 등 자세한 사양은 접어도 좋다. 슈팅을 하면 할수록 피사체와 촬영자만 남는, 즉 머릿속엔 결과물 외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디자인은 이른바 ‘오두막’이라 불리며 전 세계에서 수많은 팬을 거느린 ‘5D Mark3’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꼼꼼하게 살펴보면 좀 더 현대적(?)으로 변화된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군함부 곡면이 완만해졌으며 모서리의 둥그런 부분이 줄어 날카로운 인상이 강해졌다. 실제 크기 차이는 없지만 좀 더 날렵해진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왼손 파지를 위한 측면 지지부에선 캐논의 깨알 같은 배려가 돋보인다. 각종 단자의 배열도 약간 달라졌다. ‘오두막’에서 USB 2.0을 지원하던 단자는 USB 3.0으로 변경됐으며, 스튜디오 전문가를 위한 케이블 프로텍터 고정부도 새롭게 채용됐다.

캐논 DSLR이나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보지 않았다면 ‘철컹’하는 셔터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슈팅 때마다 미러가 내려앉는(?) 듯한 묵직한 흔들림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의 손맛은 덤. 캐논은 셔터를 누를 때 발생할 수 있는 흔들림을 잡도록 ‘미러락업’ 기능을 더했다. 미러쇼크를 방지하는 진동 제어 시스템과 ‘릴리즈 타임 래그’는 고화질, 즉 화소가 큰 결과물의 흔들림을 효과적으로 제어한다. 

새롭게 정비된 단자부. USB3.0으로 빠른 파일 전송을 지원한다. 거대한 사진파일을 담기 위해 듀얼 메모리를 지원한다.
라이브뷰로 두 장의 사진을 비교하는 기능도 도입됐다. 컷 수를 늘려가면서 그 자리에서 자세하게 비교할 수 있어 편하다.

5060만 화소라는 숫자는 이미지와 파일 크기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장, 한 장의 방대한 데이터는 병렬로 배치된 ‘디직 6’ 영상처리엔진이 담당한다. 컴퓨터 프로세서의 듀얼 코어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고화질의 거대한 파일을 고속으로 처리하기 위해 두 개의 두뇌가 매 순간 가동된다고 보면 된다. 결과물의 크기가 큰 탓에 프레스용 기종이나 미러리스의 연사력을 기대할 순 없지만, 초당 약 5프레임의 연속촬영이 가능하다. 빠른 속도의 최신 메모리카드는 필수다.

결과물의 크기는 8688x5792 픽셀. 보디에서 ‘크롭 촬영’을 지원하는 것도 특징이다. 뷰파인더 속 사각 틀을 좁혀 찍어 화소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줌’의 효과를 낼 수 있어 광각 단렌즈를 사용하면서 다양한 ㎜의 렌즈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고화소의 장점은 매 순간 느낄 수 있다. 사진의 크기가 충분해 일부를 잘라낸다 하더라도 상쇄되는 느낌이 없다. 크롭 촬영은 1.3배에서는 3050만 화소, 1.6배에서는 1960만 화소로 줄어든다. 단 크롭 옵션을 조작하기가 번거롭다는 건 아쉽다. 번번이 메뉴로 진입해야 하므로 사용빈도가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촬영을 모두 마친 후 후보정 상에서 자르는 것이 더 편하다.


 
원본에서 100% 확대한 사진. 픽셀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크롭 편집에 상당한 여유가 생긴다.

5Ds는 오롯이 ‘사진’에 집중된 카메라다. 수동적이고 다소 투박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불평할 수 없는 이유다. 새롭게 추가된 인터벌 촬영과 타임랩스 동영상 촬영도 마찬가지. 하나하나 메뉴에서 찾아 옵션을 설정해야 한다. 결국 익숙함의 문제로 귀결되겠지만, 미러리스의 친절함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초보자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전문가 수준의 기본기를 요구하는 대목이다. AL-Servo와 같은 캐논의 새로운 동체추적 AF ‘EOS iTR AF’를 사용하기 위한 기본지식을 필요로 하듯, 5Ds는 사용자에게 장인정신을 가지고 슈팅에 임할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사용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타임랩스 테스트. 흔들리는 차량 내부에서, 삼각대를 활용해 구름의 변화를 담았다. 보디의 신뢰성이 높아 렌즈의 선택에 부담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편의성은 캐논 풀프레임에 공통적으로 적용된 ‘Q(퀵 컨트롤)’ 버튼에서 찾을 수 있다. 뷰파인더로 촬영하면서 Q버튼을 잘 활용하면 메뉴 진입 없이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사용자가 취향에 맞도록 Q 메뉴를 설정할 수 있다. 셔터부의 각종 옵션 버튼들이 익숙해진다면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않고도 모든 값을 정할 수도 있다. 사진의 결과물은 놀랍도록 정교하며 놀랍다. 사진효과 같은 조작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자존심에 엄지를 들 정도로 훌륭하다. 감도와 노출값, 조리개 수치와 셔터 스피드 등은 잠시 잊어도 좋다.

캐논 EOS 5Ds 보디 단품 가격은 449만8000원(e스토어 기준)으로, 보디에 걸맞은 렌즈까지 갖추면 주머니 부담은 생각 이상으로 커진다. 하지만 가격은 일단 논외로 두자. 제품의 주 대상층이 스튜디오 전문가라는 이유도 있지만, 구매층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도전을 즐기는 일반 사용자라면 ‘또 다른 플래그십’이라는 타이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과물의 디테일은 물론, 대형 인화가 가능한 화소, 후보정 편집에서 해상도 손실의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지갑을 만지작거리고 있다면 이달 말까지 캐논 e스토어에서 진행 중인 선물 이벤트를 눈여겨보는 것도 좋다.
 
5Ds로 촬영한 다양한 예시.
캐논 EOS 5Ds 보디 단품 가격은 449만8000원(e스토어 기준)이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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