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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일자리 늘리기 정책의 함정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먼저 돈을 풀어 경기부양에 나선 나라가 미국이다. 이후 유럽과 일본 등 전세계가 돈 풀기에 동참했고,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먼저 돈을 푼 미국이 효과도 가장 먼저 보는 모습이다. 경제지표가 가장 양호하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하나 발견된다. 그 많은 돈을 풀었는데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일하는 사람은 늘었는데, 벌이는 되레 더 시원치 않아졌다.

사실 저금리 환경에서는 잉여자본을 가진 쪽이 더 많은 자본이득을 본다. 양적완화 정책이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큰 이유다. 축적된 자본의 차이에서 오는 빈부격차는 사실 자본주의의 자연스런 현상이다. 문제는 얼마나 자본축적의 기회를 제공하느냐다. 자본축적의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일자리다.

요즘 정부와 재계에서 논의되는 일자리 만들기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고임금자에 대한 비용을 줄여 상대적으로 저임금이 드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논리다. 다음은 창업 등을 지원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나온 게 전자의 경우 노동개혁이고, 후자는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청년일자리펀드다.

먼저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와 이에따른 청년일자리 마련을 연결하면 사실 기업에 부담이다. 임금피크제를 시행해도 기업들에 정년연장에 따른 비용부담은 상당하다. 게다가 중국을 비롯해 글로벌 경기부진으로 공급과잉을 해소해야 할 처지다. 인력을 늘릴 여유는 별로 없다.

해고 요건을 완화해 고임금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젊은이들에게 나눠주자는 논리도 어설프다. 가계 입장에서 보면 가장의 고소득이 자녀의 저소득으로 대체되며, 총소득은 줄어들 수 있다. 일자리 잃은 가장의 노후는 또 어떻게 하나?

창업지원도 그럴 듯 하지만 문제는 있다. 창업이란 게 성공확률이 극히 낮다. 창업활동도 고용에 포함되지만 불안하고 열악한 상태의 고용이다. 한때 일본에서도 창업이 활발했지만 엔화약세와 ‘아베노믹스’로 기업고용이 늘어나자 창업이 급감했다. 창업은 지속적인 활동이어야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이벤트가 될 수는 없다.

최근 정부는 ‘청년실업 홍수’에 맞춰 ‘창업의 댐’을 짓겠다며 국민성금으로 청년일자리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나섰다. 자꾸 예전 ‘평화의 댐’ 때가 생각나고, 왜 ‘투자’도 아닌데 ‘펀드’라 붙는 지 갸우뚱해진다. ‘자발적’이라면서 일부 기업들에서는 직원들에게 가입을 아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성금이 많이 조성되면 청년실업률이 떨어질까?

정치인들은 실업률이나 고용율 수치가 임기중 얼마나 늘었는 지의 양이 중요할 지 모른다. 그런데 정작 일자리 증가의 효과를 보려면 질이 중요하다. 양으로만 접근하면 현실과 괴리된다.

일자리 문제는 ‘구호’나 ‘선동’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산업구조를 변화시키고, 교육체제를 개혁해야 가능하다. 예전 주입식 교육 그대로, 굴뚝 산업 그대로라면 매년 쏟아지는 젊은이들에게 돌아갈 일자리는 날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청년 일자리와 함께 늘어나는 노인의 경제활동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제발 멀리 보고, 깊이 봤으면 싶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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