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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양플랜트 살리자” 손잡은 조선 빅3
쉘등 10社와 안전표준 통일 MOU기자재 국산화·스펙 표준화 공조
쉘등 10社와 안전표준 통일 MOU
기자재 국산화·스펙 표준화 공조


요즘 조선업계에서 해양플랜트는 금기어다. 수조원대 수주를 한다해도 떠들썩하게 발표할 분위기도 아니다. 해양플랜트는 한때 국내 조선업의 미래 성장엔진으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안긴 애물단지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세계 최초, 세계 최대’ 수식어를 달고 해양플랜트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그런만큼 경험부족으로 값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이에 글로벌오일메이저와 빅3 조선업체가 해양플랜트의 대규모 손실을 막기 위해 공조하기 시작했다. 조선업계 차원에서 이뤄진 공조는 사실상 처음이다. 조선업계가 해양플랜트에 더이상 발목잡힐수 없다는 공감대에서 나온 것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조선 3사는 글로벌 오일메이저 10개사와 족장 등을 비롯한 안전표준 통일방안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표준화로 최악위기 돌파=23일 오전 부산파크하얏트 호텔에서는 조선업계에 꽤 의미있는 양해각서(MOU) 체결식이 열렸다. 쉘, BP, 엑손모빌, 쉐브론, 토탈 등 글로벌 오일메이저 10개사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조선 3사는 족장 등을 비롯한 안전표준 통일방안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박종봉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부사장, 김효섭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장 등이 참여해 서명했다. 20여개 오일메이저와 5개 국내 조선업체는 22일부터 이틀동안 열린 워크숍에서 족장표준과 족장 외 안전표준 통일방안과 방향성을 머리 맞대고 논의했다. 그 결과 해양플랜트 건조시 사용되는 발판인 족장 표준을 비롯해 안전표준 등에 대한 MOU가 이날 체결됐다. 조선소와 발주처별로 족장 표준화에 대한 세부안은 추후 논의될 예정이다.

조선업계는 이번 MOU가 선언적인 수준이지만 해양플랜트 되살리기 공조를 위해 첫발을 내디뎠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내다봤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워크숍은 해양플랜트와 조선 규격 표준화를 통해 안전수준과 생산성 향상을 이루자는 공동목적을 위해 뜻을 처음으로 모았다”고 말했다.

▶공조시 해양플랜트 노른자사업 =해양플랜트는 원유·가스 등 깊은 바다 속 지하자원을 탐사, 시추, 생산하는 시설을 뜻한다. 운송이 주된 역할인 선박과 구분된다. 한기당 가격도 일반 선박의 수십배에 달한다. 육상이나 연근해에서 원유가 고갈되고 심해에서도 작업이 가능한 설비 요구가 늘면서 효자사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저유가 기조로 발주가 줄고, 발주처의 잦은 설계변경으로 공사비가 상승하자 수조원대 적자로 돌아왔다.

해양플랜트를 포기할 수 없다는 공감대에는 이견이 없다. 상선만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또 조선 빅3가 주요 공정 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조부문에서 세계 1위 경쟁력을 가졌고, 국제 유가가 회복되면 언제든 해양플랜트 시장은 살아날 수 있다.

조선업계는 방법론에 집중하고있다. 기자재 국산화와 설비 표준화, 기술개발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이유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협회는 해양플랜트 표준규격과 표준계약서 등 표준화방안을 이른 시일내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지난 15일 조선해양의 날 기념식이 끝난 후 “협회 차원에서 해양플랜트에 관한 표준규격 및 표준계약서 만드는 작업을 발주처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비 부품의 국산화로 수익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추진된다. 박사장은 “조선분야는 표준스펙이 있지만 해양플랜트는 거의 없다”면서 “발주처가 내미는 계약서에 독소조항이 많아도 표준스펙이 없어 불이익을 당했는데 이를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협회 차원에서개선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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