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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감 증인 둘러싼 뒷거래 소문 무성, 제도 개선 시급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의 ‘기업인 소환병’이 다시 도지는 모양이다. 소환 대상 재벌 총수와 기업 최고 경영자(CEO) 명단이 각 상임위에 난무하고 이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당장 신동빈 롯데, 조양호 대한항공, 이재용 삼성, 정용진 신세계, 박용성 두산 회장 등 총수급 기업인들이 줄줄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측에서 요구하는 재계 대표급 인사만 해도 150명에 이르며, 산업통상자원위 등 상임위별로 검토되고 있는 대상자를 다 합하면 200명도 넘을 정도다. 이런 상황이라면 올해 국정감사도 기업인들 불러다 망신주고 호통치다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국회는 필요하다면 대기업 회장 등 재계인사들을 얼마든지 불러 증언을 들을 수 있다. 이는 법으로도 엄연히 보장된 일이다. 더욱이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이나 정부 정책 추진에 따른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증인을 채택하는 것은 당연히 국회가 해야 할 주요 임무이기도 하다. 롯데 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보듯 문제가 불거진 대기업의 경우 대부분 책임이 오너 회장에게 있는 건 사실이다. 여전히 사라지지않는 갑질 논란과 재산 도피, 불법 상속, 전근대적인 노사문제, 부당한 특혜 시비 등도 증인과 참고인 제도를 십분 활용해 진실을 밝히고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할 책무가 국회에 있다.

하지만 이같은 기업인 소환제도가 남발되거나 악용된다면 큰 문제다. 실제 그런 경우가 적지않다. 실무자가 설명하거나 서면 질의 등으로 확인이 가능한 사안인데도 굳이 오너 회장을 불러내기 다반사다. 그나마 질의는 형식적이고 호통과 훈계로 망신주기 일쑤다. 이는 갑질 여부를 따진다면서 오히려 국회가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슈퍼 갑질을 벌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술 더 떠 소환을 놓고 해당 기업과 뒷거래를 한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기업 오너와 대표가 국회에 불려가지 않도록 하려는 기업의 약점을 이용해 금전적 지원이나 부당 이권, 취업 청탁의 기회를 삼는 일도 실제 있었다고 한다. 기업인 소환이 정치자금 모금용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정치불신 해소를 위해서라도 국회의원들의 이같은 후진적 특권의식부터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 800여개나 되는 피감 기관을 불과 열흘 동안 살펴본다는 것 자체가 애초 무리다. 경제 회복이 화급한 시기에 열심히 뛰고 있는 기업인들을 돕지는 못할 망정 힘을 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상시 국감 등 제도 전반의 근본적 개선을 더 미룰 수 없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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