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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한중 관계 변화의 상징성 보여준 천안문 열병식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 함께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성루(城樓)에서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식을 참관한 것은 매우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이날 행사는 인민해방군 7개 군구, 무장경찰 등 모두 1만2000명의 열병부대와 40여종 500여개의 최첨단 무기를 동원한 군사 퍼레이드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실상 ‘G2’급으로 위상이 강화된 중국의 군사굴기(軍事起)를 대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다. 이런 자리에 박 대통령이 우리 국가 수반으로는 처음으로 단상 중앙에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대표 최룡해 노동당 비서도 함께 참관했지만 중앙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한중 관계는 물론 지각이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의 단면이 드러난 일대 사건이라 할만하다.

실제 천안문은 중국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명ㆍ청 시대에는 왕권의 중심이었다. 이후 변혁기를 거쳐 1949년 10월 1일 마오쩌둥(毛澤東)은 이 성루에 올라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했다. 또 1954년 전승절에는 당시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마오 주석과 나란히 성루에서 중국군의 열병식을 지켜보며 ‘항미원조(抗美援朝)’의 혈맹국임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60여년 후 그 자리에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 나란히 섰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냉엄한 국제사회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박 대통령은 이날 열병식 참석 여부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행사를 불과 1주일 남겨놓고도 결정을 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것이 중국의 힘을 과시하는 자리가 될 게 뻔해 서방국 정상들이 대부분 불참했고, 특히 미국 우방국 중 한국이 유일한 참가국이었다. 게다가 한미일 3국간 공조를 견제하려는 중국의 의도에 대한 미국의 불편함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한국이 중국으로 너무 치우친다는 미국내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부담을 안고도 박 대통령이 과감히 참석을 결단한 것은 결과적으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무엇보다 핵문제와 도발 억제 등 대북 관계에 있어 중국의 기여와 역할을 더욱 기대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었다는 점이 그렇다.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 안정과 동북아 외교 주도권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이 “충분히 이해한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결국 이번 중국 방문은 국익을 위한 실리 외교의 지평을 넓힌 성과를 얻은 셈이다.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그 기조를 잘 이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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