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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다시 샅바싸움 노사정위, 타율적 개혁 불러올 텐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4개월여 만에 개시됐지만 다시 머리를 맞대자마자 기선제압을 위한 샅바싸움만이 난무하는 모양새다. 31일 열린 노사정위 간사회의는 “공공부문 임금피크제 연내 전면 도입은 불가하다”는 한국노총의 반발로 40분만에 파행했다.

같은 시각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경제5단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과 저성과자 해고를 위한 요건 완화를 행정 지침 형태가 아니라 법률 개정을 통해 명문화해달라”며 정부와 노동계를 압박했다. 정부는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 예산을 앞세워 합의 시한을 10일로 못 박으며 노사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정치권은 노사정의 협상을 중재하기는커녕 싸움에 가세했다. 국가미래연구원 주최 토론회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정규직 과보호 등을 예로 들며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조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재벌개혁을 강조하며 정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임금피크제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어렵사리 재개된 노사정위가 다시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서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상생적 대타협을 만들어보자는 당초의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상대를 코너로 몰아붙여 유리한 국면에 서겠다는 집단이기주의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매듭을 풀려면 노사는 노동경직성과 비정규직 차별, 청년실업 등의 현안들이 서로 상대가 저지른 과오 탓에 생겨났다며 ‘남 탓’만 해서는 안된다. 정부와 재계는 청년 고용절벽의 원인이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라는 식의 흑백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년까지 도달하는 인구비중이 극히 낮은데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를 임금피크제로 절약한다고 해서 청년고용이 급속히 늘어나기는 어렵다. 청년고용에 대해 경영계의 관심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도 재계의 진정성을 의심케한다. 설문에서 ‘가장 중요한 노동개혁 이슈’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28곳·2곳은 무응답)의 71.4%가 ‘임금피크제’라고 답했다. 반면 청년고용도 중요한 의제로 논의해야 한다고 대답한 기업은 5곳(17.9%)에 그쳤다.

노동계도 대기업이 쌓아놓은 사내유보 700여조원으로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호소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사내유보는 실제 지출이 발생하기 전 단계에 대한 장부상의 개념으로서 이후 생산설비 등의 자산으로 투자될 부분도 포함하므로 투자액과 사내유보액은 별 관계가 없다. 노사정이 결국 정부 주도의 타율로 노동개혁에 성공했다는 독일의 하르츠식 모델을 따라가지 않으려면 협상 자세부터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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