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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통신가입자, 평소엔 ‘호갱’, 국감 때는 ‘고객’?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지난달 28일 ‘통신요금절약을 위한 최적요금 안내 캠페인’이라는 걸 내놨다. 이통3사의 전국 대리점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개인별 사용량에 맞는 최적의 요금제를 추천하겠다는 것이 요지다. 단말구입 지원금에 상응하는 20% 요금할인 제도도 잘 설명해 주겠다고 했다. 또 한 통신사에 장기 가입한 소비자에게는 이에 해당하는 할인 혜택 등도 안내해준다고 한다. 


잘된 일이고 소비자로선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뜬금없기도 하거니와 내용을 조목조목 뜯어봐도 새삼 ’캠페인’을 펼친다고 요란하게 떠들 일은 아닌 듯하다. 가입자가 사업의 기반인 통신사로선 의당 해왔어야 하는 일이 아니냐는 것이다. 뒤늦게라도 할 일을 하겠다고 했으니 다행이지만, 그나마도 한시적이다. 캠페인 기간은 지난 31일부터 오는 12일까지약 2주간이다. 

왜 지금일까 뜬금없이 들고 나온 캠페인의 속내도 뻔해 보인다. 오는 10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통신 정책 부문에선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과 가계 통신비 등이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국회와 시민단체에서는 정부와 통신사들을 상대로 가계통신비 인하를 거세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갑작스러운 이통3사의 ‘최적요금제 추천 캠페인’은 가계통신비인하 압박에 대한 방어용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아닌게 아니라 최근 통신사들은 잇따라 새로운 정책을 내놨다. 이통3사는 이통사 직영점의 휴점일을 연 2일에서 26일로 늘리고, 중소 유통점의 구형 단말기 재고 소진을 지원하기 위해 지원금 및 장려금을 확대하는 등의 상생방안을 시행키로 했다. 또 이통3사가 주요 회원사인 KTOA와 녹색소비자연대는 어르신 등 정보취약계층의 통신요금 절약을 위해 찾아가는‘통신요금 절약백서’ 캠페인을 이달 중순부터 10월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모두 다 국감이 임박한 지난달말 발표한 내용들이다.

한편, 1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 이용자 가운데 멤버십 가입자 비율은 50%에도 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멤버십은 다양한 할인 혜택과 포인트 적립 서비스 등이 제공되는데, 고객의 절반 이상이 이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이통3사가 돈되는 상품이나 서비스 홍보와 가입자 유치에는 열을 올리지만 소비자에게 유리한 제도를 안내하는 데이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안 나올 수 없다.

단통법과 이통사들은 이래 저래 욕을 많이 먹고 있다. 맞는 지적도 있고 부당한 오해도 있다. 정부와 통신사가 주장하고 통계가 보여주는 것처럼 국내 통신 요금은 세계에서도 낮은 수준이고, 단통법 시행 이후 가계통신비도 감소 추세에 있다는 말은 상당 부분 사실이다. 또 가계통신비가 오를 경우는 소비자들이 그만큼 많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항변도 일리가 있다.

그래서 진짜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제도를 운용하는 정부와 통신사들에게 있는 것이다. 당장은 무조건 호주머니를여는 ‘호갱’이 통신사들에게 달콤할 지 모르지만, 결국은 ‘불신’이라는 화살도 돌아올 것이다. 기업이 똑똑한 소비자를 만들고, 똑똑한 소비자가 좋은 기업을 키운다. 평소에는 ‘호갱’이고 국감 때는 ‘고객’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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