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성북구 돈암동 C중개업소 사장은 집주인들에게 전화를 거느라 분주했다. 컴퓨터 모니터에는 연말까지 재계약일이 도래하는 전셋집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힌 리스트가 떠 있었다.
그는 “부동산마다 만기가 3~4달 남기고 확인전화를 돌린다. 집주인들이 까맣게 잊고 있으면 묵시연장이 돼 버려서 골치아픈 상황이 생긴다”며 “특히 요즘처럼 전세가 희귀할 땐 열심히 전화를 돌리는데도 매물이 기대만큼 나올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9월부터 시작하는 가을 이사시즌을 앞뒀지만, 전세 매물은 여전히 희귀한 상태다. 매물은 적고 찾는 이만 많으면서 7~8월 비수기에도 전세금은 계속 올랐다. 특히 성북구나 강서구, 동작구처럼 도심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소형 아파트가 많은 지역은 전세가율 상승세를 맨 앞에서 이끌고 있다.
1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성북구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80.1%로, 지난 2013년 4월 해당 조사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80%대를 넘어섰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처음이다. 강서구(77.8%), 동작구(77.4%), 서대문구(75.2%)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전세가율 높은 자치구 [자료=KB국민은행] |
8월의 마지막 토요일에 찾은 성북구 내 중개업소들은 빠짐없이 “전세는 없다”는 말을 내놨다. 돈암동, 종암동, 길음동 중개업소 유리창에 붙은 매물표 10장 중 8~9장은 ‘매매’, ‘급매’, ‘월세’였다. ‘전세’가 적혀있는 것은 찾기 힘들었다.
종암동 M공인 대표는 “10월 말까지 나올만한 전셋집은 진작에 새 계약이 맺어졌거나, 기존 세입자가 재계약 의사를 표시했다”며 “10월에 결혼한다는 한 손님은 한달 정도 오피스텔에 살다가 들어오겠다며 11월 중순에 세입자가 이사가는 전셋집을 점찍어 놓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이날 직접 부동산을 찾아 상담을 받던 유모(36) 씨는 “지금 사는 집의 전세 계약이 끝나는대로 옮겨갈 새 아파트를 찾고 있는데 적당한 매물이 없다”며 “아무래도 집주인한테 2~3달 더 만기 연장을 부탁해야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전세가율 80%는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 실거래가 등을 따져보면 85~90%에 달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많다.
지난달 서울 성북구의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25개 자치구 가운데 처음으로 80%를 넘어섰다. 이곳 아파트 소형 면적의 경우는 이미 90% 근접하는 곳들도 많다. 사진은 성북구 일대. |
지난달 마지막주 시세를 기준으로 따지면 길음동 ‘길음뉴타운 푸르지오(3단지)’, 정릉동 ‘무궁화쌍용’, 종암동 ‘종암2차아이파크’ 단지의 전용면적 59㎡ 전세가율은 89%선으로, 이미 90%대를 넘보고 있다.
종암동 R공인 대표는 “봄에는 반전세라면 덮어놓고 거부하던 손님들도 이제는 보증금을 최대한 높이고, 월세를 30만~40만원 선에서 맞춘 매물들은 계약한다”고 설명했다.
이 일대에서는 당장 전세난에 숨통을 틔워줄 새 아파트 입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성북구 내에서 올해 말까지 입주가 예정된 곳은 없다. 내년에 629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지만 서울 평균(1037가구)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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