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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성진] 영화 ‘암살’ 1000만 관객과 ‘건국 67년’
8월14일. 많은 이들은 한달 전만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임시공휴일’을 누렸다. 누렸다는 표현보다 하사받았다가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다. 나라살림을 좌지우지할 국회의원 좀 제대로 뽑자고 투표시간 1,2시간 연장해달라는 것도 외면하던 이들이 의외의 선심을 썼기 때문이다. 하긴, 1969년 달에 미국의 우주선이 착륙했다고 임시공휴일을 제정했던 나라였으니 놀랄 것 까지는 없겠다. 삼시세끼 해결하는 것이최고의 화두였던 당시 민초들로서는 왜 쉬는지도 모르고 쉬었을 수도 있겠다.

8월15일. 두 가지 소식이 들려왔다. 

일제시대 독립군들의 목숨을 건 투쟁과 일제에 대한 항거를 소재로한 영화 ‘암살’이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광복절에, 독립군을 다룬 영화가 1000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연일 아베 일본 총리가 배배꼬인 발언을 내놔 심기가 편치않았던 국민들로선 ‘암살’이 주는 작은 카타르시스가 위안이 되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한 소식은 흘려 넘기기 힘든 불편함을 남긴다. 1945년 일본 제국주의의 엄혹한 식민치하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이한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건국 67년’은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 대다수였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수립이라고는 해도 ‘건국’이라고 행정부의 수반이 공식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이 한반도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세워진 적이 없었고, 1948년 이승만 정부에 의해 처음 ‘건국’되었으며, 올해는 건국된지 고작(?) 67년째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라는 말 아닌가.

1948년 7월 제정ㆍ공표된 제헌헌법에 따르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3ㆍ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단기 4281년 7월12일자로 공표한 이는 대한민국 국회의장 이승만이다. 대한민국은 1919년 건국되었으며, 일제의 식민통치기간이 끝난 뒤 ‘재건’된 나라임을 명백히 밝히고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15일 박 대통령의 경축사는 1919년 3ㆍ1 운동으로 건립한 대한민국은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일까.

다시 영화 ‘암살’로 돌아가면, 영화속에서 일본총독과 일본군을 상대로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초개와 같이 버리고 싸웠던 독립운동은 허구가 된다. 건국되지도 않은 나라를 독립시키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니 말이다. 일본측 주장대로 테러리스트로 불려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영화가 허구라는건 아무런 흠도 아니다. 하지만 명백히 존재했고, 잔인한 일제 치하에서 숨 죽인 채 속으로 분노를 삼키던 국민들을 대신해 저항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삶마저 허구로 만들어 버린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일본은 돈과 권력에 눈이 먼 대한제국 매국노들을 앞세워 이 나라를 빼앗았다. 끔찍했던 일제시대, 하지만 그때 의 국민들은 이미 대한민국의 국민들이었다. 1948년 이승만이 대통령이 되기 오래전 부터….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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