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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박영상] 대통령 부인, 대통령 동생
최근 전 현직 대통령과 아주 가까운 두 여인이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씨가 그들이다. 이 여사는 3박4일의 평양 방문 때문에, 박근령씨는 일본 텔레비전과 인터뷰한 일 때문이다.

이희호 여사의 평양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김정일 조문 등등 몇 차례나 북한을 다녀 온 분이다.

갈 때마다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이번에도 김정은의 초청장을 받았기 때문에 근사한 일을 할 것으로 본인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기대했었다. 

하지만 ‘꽝’이었다. 북에 있는 동안 복지시설을 방문하거나 묘향산에 머문 것이 고작이다. 뿐만 아니라 이희호 여사를 접대한 사람의 직급도 전에 비하면 현격하게 낮아졌다. 초청자인 김정은도 못보고 그냥 서울로 왔다.

남북문제는 복잡하고 미묘해서 어느 개인의 역량으로 풀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더구나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후 일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행을 저지르고 있지 않은가?

북한에는 단 하나의 목적만 있다. 체제를 유지하는 일이다. 정권 유지를 위해 이익이 되면 하고 안 되면 안하는, 그 기준뿐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자기들에게 유리한지 아닌지를 계산했을 것이다. 지금의 남북관계, 현 정부와 이희호 여사와의 관계를 훤히 알고 있는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은 뻔하다. 체면치레의 예우다. 알맹이가 없이 극진한 대접(?)을 한 것은 그들의 속내를 내 보인 것이다. 그 점을 예견치 못했을까?

박근령씨 얘기다. 그는 일본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 니코니코와 인터뷰하면서 아주 예민한 위안부 문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에 대해 거침없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일왕을 ‘천황폐하’라고 부르는 등 거친 표현으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박근령씨는 정치 외교 평론가도 아니고 역사를 체계적으로 공부한 사람도 아니다. 대통령의 동생이란 점만 빼면 평범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민감한 문제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의견을 피력하여 논란을 만들고 그 중심에 섰다. 생각은 자유롭지만 언어는 평가의 대상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말을 할 땐 조심하고 절제하게 마련이다.

더구나 현직 대통령의 동생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더 더욱 그렇다. 이런 점에서 그는 부족했다.

이희호 여사가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이 나라 민주화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헌신한 점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평양 방문의 소득은 없어 보인다. 안 간 것이 더 좋을 뻔 했다. 과(過)했다, 박근령씨의 인터뷰는 모자랐다. 짜임새도 그렇고 알맹이 없는 얘기도 그렇다. 응하지 않은 것이 훨씬 좋을 뻔 했다. 미흡(未洽)했다.

노자는 자기를 아는 것이 밝음(明)이고 이것이 정말 강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 가지 기사를 보면서 분수를 알고 합당한 처신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생각해 봤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 많다. 덥다. 한 여름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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