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기업들 내핍경영에도 통 큰 투자한다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어려울 때 더 뽑고 더 투자한다.”

삼성, SK 등 주요 그룹들이 청년고용대책과 투자계획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지난 17일. 이날 오후 주요 기업들의 반기보고서가 줄줄이 공시됐다.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올 상반기 삼성 등 주요 기업 전문경영인들의 연봉은 급감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0억원이 격감했다. 실적 견인차 반도체사업을 맡고 있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예외가 아니다. 전문경영인 중 연봉킹에 오르긴 했지만 올 상반기 연봉은 전년동기대비 45% 깎인 것이다. 일반 임직원도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효성 등 임직원 평균 연봉은 5~10% 가량 줄었다. 실적 우려가 커지자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한 것이다. 


재계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들어 전자ㆍ자동차ㆍ조선ㆍ철강 등 간판기업들은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았다. 글로벌 경기도 회복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저가 공세와 엔저를 각각 앞세운 중국과 일본의 추격도 위협대상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계가 택한 것은 투자다. 산업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투자가 사라지면 결국 실적도 줄어든다. 기업들이 내핍경영을 하면서도 통큰 투자에 과감히 나선 이유다. 일자리 창출과 투자확대가 시급하다는 정부의 문제의식과도 궤를 같이 했다.

재계는 단기실적보다는 기업 미래를 내다봤다. ’현재‘를 줄이고 ’미래‘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대내외 경영환경은 악화됐지만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주요 기업들은 임직원 연봉을 줄여서라도 설비투자와 인력채용 규모는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지난달말 LG를 필두로 한화, SK, 롯데가 잇달아 청년고용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재계 1위 삼성도 가세했다. 삼성은 향후 2년간 1000억원을 투자해 청년 3만명에게 교육 기회와 일자리를 제공한다. 다른 대기업들도 신규 인력 채용을 고민하고 있다.

투자규모도 커졌다. 최태원 회장이 복귀한 SK그룹은 반도체 분야에만 2020년까지 46조원 가량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투자 규모는 역대 최대치인 2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누적 시설투자액은 13조 20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약 30% 증가한 수치다. 올해는 24조원 이상 투자할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18년까지 81조원을 투자한다. 연간 투자규모로는 전년대비 35%가량 늘어났다. 자동차업계가 전기차 등 미래산업을 위해 연구개발 규모를 대폭 늘린 영향이 컸다. 폴크스바겐은 한해 영업이익보다 많은 16조원을 작년에 투자했고, 엔저로 승승장구한 일본차 7개사들도 작년 투자규모를 20%이상 늘렸다.

이는 경쟁력의 질적인 향상 없이는 성장도 없기 때문이다. 힘든 시기일수록 선제 투자한 것이 경기가 되살아날때 새로운 성장엔진도 되기도 한다. 많은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채 미래에 씨를 뿌리는 이유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