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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이신구’에서 ‘서이정’의 시대로 …10년새 국내 부호순위 톱10 급변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ㆍ성연진ㆍ김현일 기자] 지난 10년간 국내 주식부호 톱10(상장사 기준)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린 이는 단 3명에 불과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그리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다. 나머지 일곱 자리의 주인은 10년 전과 대조하면 ‘확’ 바뀌었다. 1세대 창업자나 전통 산업의 부호들은 밀려난 반면, 2ㆍ3세대 신흥 부호들이 자리를 꿰차면서 순위를 뒤흔들었다.

최근 몇년간 빅3를 형성하고 있는 ‘이(건희)-정(몽구)-서(경배)’ 트리오도 평온하지만은 않다. ‘이-정-서’로 이어지는 순위가 한동안 유지되다가 지난 해 ‘이-서-정’으로 처음 자리를 교대했고, 급기야 올해 들어선 ‘서-이-정’으로 순위가 뒤집혔다.
 
올해 부호순위 빅3-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그만큼 지난 2005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국내 부호순위엔 변동이 많았다. 주식부호 순위의 변화는 단순히 부자 순위가 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산업이 바뀌고, 한국 경제의 체질이 변하는 것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10년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국내 대표 부호들의 대표 업종의 ‘무게’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자동차ㆍ중공업ㆍ화학 등 ‘중후장대’한 산업의 오너들은 순위가 하락한 반면, 뷰티ㆍIT 등 ‘경박단소’한 산업의 부호들이 대거 전진했다.

▶ 톱10 업종 ‘체중감량’=2005년 이건희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에 이어 국내 부호순위 4위였던 정몽구 회장은 2008년 1위에 오르며 정점을 찍었다. 현대차가 미국을 비롯 중국과 인도 등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면서 정 회장의 자산도 한때 6조원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2013년 이후 내림세를 보이면서 정 회장의 자산은 현재 4조원대까지 떨어졌다. 부호순위도 5위로 처졌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도 조선업의 호황으로 꾸준히 톱10에 들었지만 작년부터 순위에서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3조24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탓이다. 당기순손실도 2조206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냈다. 비록 한 주였지만, 2007년에는 정 대주주가 우리나라 주식부호 1위를 기록한 적도 있다. 조선업이 활황이던 시절 일부 국내 대형 기관들의 자금이 현대중공업에 집중되면서 그의 주식자산 가치 역시 급등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몇년새 조선업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쪽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그 밖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 석유화학을 주력 업종으로 두고 있는 오너들도 2007년 이후 톱10에서 벗어났다.

대신 그 빈 자리엔 뷰티ㆍIT 등 신성장 동력으로 평가되는 소프트 산업의 강자들이 꿰차고 들어왔다. 서경배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등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서경배 회장은 10년간 단연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다. 중국에서 시작된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한류’ 바람은 서 회장의 자산까지 들썩이게 했다. 10년전 6400억원이었던 서 회장의 자산은 올해 한때 1600% 증가한 11조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부동의 1위일 것만 같던 이건희 회장과 한국 최고부호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중이다. 최근 위안화 평가절하의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다시 1위자리를 이 회장에게 내줬지만, 중국에서의 사업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언제 다시 치고 올라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통신과 IT를 주요 사업부문으로 두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2009년 SK C&C의 상장 이후 지분가치가 급등하면서 이듬해 톱10에 진입했다. 이후 현재까지 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김범수 의장도 지난 해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워 다음과 합병한 이후 자산 1조원을 넘기며 톱10 문턱을 밟았다. 김 의장은 IT업계 자수성가 부호 중 가장 주식자산이 많다. 신약개발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도 올 상반기 14억달러 규모의 기술수출을 달성하며 톱10에 진입했다. 이처럼 덩치는 작지만 기술과 아이디어를 내세운 산업들이 새롭게 빛을 발하면서 10년 사이 부호순위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 톱10 자산총액 10년간 290% 증가=2005년 톱10 부호들의 자산 총액은 14조원 정도였다. 당시만 해도 이건희 회장을 제외하곤 나머지 부호들의 자산이 1조원대 이하였다. 6위부터는 1조원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부터 상위 10명의 부호들이 모두 1조원을 넘기면서 본격적으로 ‘1조원 클럽’ 시대가 열린다. 2008~2009년 세계를 흔들었던 글로벌 금융위기가 마무리된 뒤 증시가 본격적인 상승세에 들어서면서다.

2011년엔 10명의 자산 총합이 전년보다 무려 10조원 늘어난 30조원을 돌파했다. 여기엔 2010년 삼성생명 상장 이후 이건희 회장의 자산이 두 배 이상 늘어난 점이 크게 기여했다. 2012년에 접어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150만원을 돌파하는 등 역대 최고가 행진을 거듭하면서 이 회장의 자산은 사상 최초로 11조원대로 올라섰다.

이후 서경배 회장까지 11조원대에 진입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톱10에 합류하면서 10명의 자산 총액은 2015년 8월 현재 약 55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10년간 290% 증가한 셈이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85%(920조원→1700조원)를 상회한다.

▶ 여성부호도 세대교체… ‘고모’,‘엄마’자리에 두딸이=최근 10년간 톱10에 오른 여성 부호는 단 네 명이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모두 범 삼성가(家)다. 그동안 이명희 회장과 홍라희 관장이 10위권 내 여성부호의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작년부터 이부진ㆍ이서현 자매로 ‘주전선수’가 바뀌는 등 부호순위도 재계 2세에서 3세로 교체되는 모양새다.

특히 국내 유통부호 빅3 중 한 명인 이명희 회장의 자산은 10년간 큰 오르내림없이 1조원대에 머물다가 지난 해부터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작년 말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잇달아 상장한 덕에 이부진ㆍ서현 자매가 톱10에 입성했다. 현재 나란히 자산 2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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