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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 사용량은 늘었는데 요금은 내렸다?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0.5GB가 늘었다. 그런데 고지서에 찍힌 요금은 2770원이 줄었다. 통신 업체들과 정부는 이를 두고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마법’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가격에 음성은 무제한 제공하는 대신 기본 데이터는 훨씬 적은 이 요금제 특성을 감안하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과거 많은 통화량 때문에 부득이하게 쓰지도 않을 데이터까지 덤으로 사야했던 ‘고 요금제’ 사용자들이 대거 ‘음성 무제한’ 요금제로 이탈해 만든 일시적인 결과일 뿐이다. 반면 실제 데이터를 더 많이 써야함에도, 잘 모르고 또는 이통사들의 암묵적인 강요 마케팅에 ‘음성 무제한 요금제’를 선택한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비싼 통신요금을 지불하는 모습이다.

5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이통3사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입자 94만명의 6월과 4월 청구서 요금을 비교한 결과, 평균 2770원 가량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들 94만명은 소위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 직후 요금제를 변경하거나 신규 가입한 사람들이다.

협회는 이들 94만명의 평균 음성과 데이터 사용량은 4월 대비 6월에 각각 18%와 13% 증가했지만, 요금은 6.1%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입자들은 기존에 비해 음성통화는 73분, 데이터는 0.5GB 가량 더 많이 사용한 반면, 2770원의 요금을 아낄 수 있었다는 ‘마법’ 같은 이야기다.

이 같은 마법의 비밀은 ‘음성 무제한’에 있었다. 음성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대신, 데이터 기본 제공량을 절반 가량 줄인‘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스마트폰을 전화기로 주로 활용하는 ‘음성 위주’ 고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품이다. 이 요금제를 정부가 강조하는 ‘데이터 중심’이 아닌 ‘음성 무제한’ 또는 ‘데이터 중심 과금’ 요금제로 풀이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이런 요금제를 사용하며, 데이터까지 평균 0.5GB나 더 썼음에도 요금이 낮아진 것은, 바로 음성 다량 사용자들의 대거 이동이 만든 평균의 왜곡이다. 협회에 따르면 부가세 포함 3만원대 요금제 가입자 중 28%가 기존에 음성 무제한 요금제, 즉 부가세 포함 매달 5만6100원 이상 통신비로 지불해왔던 가입자다. 전체 가입자의 약 45%가 3만원 대 요금제를 선택했음을 감안하면, 94만명 중 12만명 정도가 매달 2만5000원 정도의 통신비를 집중적으로 절약한 결과, 전체 평균도 2770원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반면 ‘데이터 중심’이 아닌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이동, 오히려 요금을 더 납부하는 경우도 있었다. 협회에 따르면 초기 94만명 중 30%는 기존보다 높은 금액의 요금제를 선택했다. 줄어든 데이터 제공량에 요금을 어쩔 수 없이 올려야만 했던 것이다.

또 가입은 낮은 수준으로 했지만, 기존보다 훨씬 적어진 기본 데이터 양 때문에, 원치않게 추가 데이터 요금을 지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KT가 다음달 데이터를 당겨 쓰는 형식으로 추가 데이터 사용분 요금을 감면해주는 ‘밀당’ 사용자들이 약 8600원씩 요금을 절감했다고 강조한 것은, 같은 요금 수준에서 데이터 제공량을 반으로 줄인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함정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통신 업체들이 ‘단말기 유통법’의 성과 중 하나로 자랑하고 있는 새 요금제가 데이터 통신 시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요금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가 있었던 2분기 통신사들의 고객당 매출(ARPU)가 상승하고, 또 6월 전체 데이터 사용량이 전달에 비해 줄어드는 이례적인 현상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고객들에게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입을 적극 권유하고, 또 보조금 등을 통해 정책적으로도 이를 밀면서, 정작 이 요금제가 불리한 가입자들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가입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며 “여기에 8월부터 통신사들이 간소화를 명분으로, 상대적으로 데이터 제공량이 많았던 옛 요금제의 신규 가입을 막아 더 큰 문제”라고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가져올 향후 부작용을 우려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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