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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사 사건 성공보수 무효”, 대법원 판례 변경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형사 사건과 관련해 체결한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은 “도덕관념에 어긋나고 건전한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례 변경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변호사의 수입이 크게 줄고, 수임 관행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허모씨가 ”변호사 성공보수 1억원은 지나치게 많아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니 이를 돌려달라“며 변호사 조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은 그간 사건 종류를 불문하고 성공보수 약정은 원칙적으로 유효하고, 금액이 부당하게 과한 경우에만 신의성실 원칙을 들어 일부를 무효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형사사건의 성공보수는 수사나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 대가와 결부시켜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할 위험도 있는 만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규정한 민법 103조의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형사사건은 국가형벌권을 실현하는 절차여서 변호사 직무의 윤리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형사 절차나 법조 직역 전반에 대한 신뢰성·공정성 문제와도 밀접하게 관련된 만큼 이에 대한 변호사 보수는 단순히 사적인 대가수수관계에 맡겨둘수만은 없다”고 설명했다.

형사사건에서 ‘성공’은 불기소나 구속영장 기각, 무죄와 같은 수사나 재판 결과에 해당하는데, 이를 대가로 금전을 주고받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일반적 도덕관념에 어긋나고 건전한 사회질서에도 위반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특히 “성공을 대가로 금전을 주고받는다면, 변호사나 의뢰인 모두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정당한 결과마저도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에 따른 왜곡된 성과처럼 보이게 만들어 법치주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지식이 부족한 다수 의뢰인은 당장 눈앞의 곤경을 면하기 위해 과다한 성공보수를 약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의뢰인들의 불신이 쌓이면 변호사 제도의 정당성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 형사재판에 대한 신뢰와 승복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의 이같은 판결은 법조계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오해를 씻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씨는 2009년 10월 절도 혐의로 구속된 부친을 위해 조씨를 변호인으로 선임하고, 부친이 보석허가로 석방되기 전 1억원을 지급했다. 그는 이후 성공보수 1억원은 지나치게 과해 신의성실원칙에 반한다며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1억원의 성공보수는 지나치게 많다고 판단, 4000만원은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허씨의 경우 이번 대법원 판결의 적용대상에는 해당하지 않았다.

변호사 업계는 성공보수가 없어진만큼 착수금 인상을 검토하는 등 이번 판결 대응책에 부심하고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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