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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성해서…협박때문에…”폭력남친과 이별 못하는 그녀들
#. 직장인 A 씨는 최근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고민하고 있다. 여자 문제로 속 썩이는 일 없는 ‘착한 남친’이지만, ‘화를 잘 참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평소에는 항상 예쁘다고 칭찬해주고, 사소한 일도 자기 일처럼 잘 챙겨주는 사람인데 다른 남자가 날 쳐다만 보면 불같이 화를 낸다”면서, “치마를 입고 나왔다는 이유로 무섭게 다그치는 일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최근엔 심하게 다투다 나를 벽으로 밀치는 일도 있었지만, 전부 날 너무 사랑해서 이러는 거라고 생각하니 쉽사리 헤어지자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5년간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사망자만 290명. 폭행, 상해, 강간은 하루 평균 20건 꼴로 발생하고 있다.

데이트 폭력이 도를 넘어서자 일각에서는 ‘매맞는 여성들’에게 외려 “왜 헤어지지 않았느냐”고 되묻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성의 개인적 특성, 주변인들과의 관계 등이 이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화영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장은 여성들이 ‘폭력 남친’과 쉽게 이별하지 못하는 이유가 일정부분 “상대와 잘 헤어지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특성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정서적ㆍ신체적 유대를 쌓아 온 연인과 헤어지는 과정에서 예의를 지키고 싶어, 상대의 폭력에도 이별을 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소장에 따르면 폭력 이후 이어지는 ‘울며 빌기’, ‘무릎꿇기’ 등을 진심어린 반성으로 인식하는 것, 폭력 가해자가 피해자 주변인들의 안위를 놓고 협박하는 것도 이별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다.

주변인들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도 이별을 어렵게 만든다. 막상 이별을 결심해도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외면받는 경우도 있다.

C 씨는 “남자친구가 때릴 때마다 남자친구 엄마에게 얘기했다”면서 “어머니는 내게 무척 미안해하며 약도 사다주고 병원도 데려갔지만 나중에 보니 전부 자기 아들 살리려고 그런 거였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이 소장은 “많은 여성들이 알아야 할 사실은 폭력과 사랑은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폭력을 알아보고 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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