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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보다 진한 물…90분이 아쉬운 시간
재혼가정에서 피 한방울 안 섞였지만 형제로 살아온 수동과 연소.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자 한집에서 살 이유가 없어졌다. 장례를 치르고 난 뒤 수동은 집을 나가겠다며 재산을 반으로 나누자고 요구한다. 연소는 빚도 반으로 나누자고 받아친다.

서른살 넘은 두 남자의 말다툼과 몸싸움은 치졸하다. 수동은 치질 걸린 연소의 엉덩이를 발로 차고, 연소는 수동에게 우산을 갖고 나가려면 500만원을 내라고 한다. 어린애처럼 티격태격 다투는 모습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인생은 돛대”라는 대사까지 더해져 폭소가 나온다.

고졸에 폭력 전과가 있고 곱창집에서 일하는 연소와 명문대를 나와 라디오PD 시험을 준비 중인 수동은 극과 극이다. “비오는 날 피보기 싫으면 그냥 가라”는 살벌한 대사처럼 끝장날 것 같던 형제는 혈액형 이야기에 누그러진다. 죽은 엄마는 AB형이었지만 아들 수동은 O형이었고, 연소 역시 7살 때 아빠에게 입양됐다. 둘다 입양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형제는 빗물을 소주잔에 받아 나눠마신다. 빗물을 소주라고 믿으면 소주가 되고, 돼지곱창을 소곱창이라고 믿으면 소곱창이 되는 것이니까. 두 배우의 재치있는 입담과 현실감 넘치는 연기가 90분을 지루할 틈 없이 꽉 채운다.

연극 ‘형제의 밤’은 2013년 초연한 작품으로 극단 으랏차차스토리가 제작했다. 오는 8월 2일까지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조선형, 권오율, 김두봉, 이교엽이 출연한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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