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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이구용] 동남아 출판시장, 기회의 땅
택시를 타고 자카르타 시내를 지난다. 거래 출판사 방문 일정이 있어서다. 타고 있는 택시 주위로 일본산 자동차가 끊임없이 지나간다. 저 차종들은 언제부터 이곳을 누비고 다녔을까. 인도네시아에서 책 한 권에 대한 판권료는 미화 1000 달러 안팎. 수출업무 진행과정에서 소요되는 경비와 인건비를 감안하면 사업적으로 그다지 매력적인 시장은 아니다. 그런데 나는 이미 베트남 하노이와 태국 방콕 일정을 연속으로 소화하고 마지막 일정으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넘어온 것이다. 순간, 왜 사서 이 생고생인가는 생각이 든다. 영미유럽 출판시장에서 판권수입을 해오든가, 아니면 훨씬 더 나은 계약조건을 유지할 수 있는 시장을 대상으로 판권 세일즈를 하면 더 나을 것을. 그러다 드는 또 다른 생각. 시선에 들어오는 시장은 열악해 보이지만 저 일본산 자동차가 자카르타에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는 그래도 지금 사정이 훨씬 더 낫지 않을까. 저마다 시작은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연속으로 든다. 더 많은 책들이 번역 출판돼 나오도록 한다면 저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수많은 일본 자동차 회사처럼 될 수 있을 거야, 라고 스스로에게 엄청난 주문을 외운다. 지금보다 훨씬 더 척박한 시절에 이 시장으로 자동차를 팔러 온 사람들을 상상하면서. 물론 자동차 한 대 값과 책 한 권의 판권료 규모를 나는 굳이 비교하진 않았다.

중국출판시장이 곁에 있는 것이 우리에게 큰 행운인 것처럼, 다양한 언어권이 분포해 있는 동남아시장이 근거리에 있다는 것 역시 큰 행운이다. 한국출판저작물 전체 해외수출비중 가운데 중국시장으로의 수출 비중이 35% 안팎을 차지한다. 꽤 큰 점유율이다. 시간이 갈수록 내수시장 한계를 겪고 있는 우리 출판계로서 중국시장은 분명 기회의 땅이고 미래의 땅이다. 물론 지속적인 상품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끊임없는 기획과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제할 경우의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동남아시장은 중국시장 못지않은 또 하나의 큰 땅이다. 동남아국가는 이미 자체적으로 ‘아세안 10개국’이란 견고한 문패를 스스로 만들어 내걸었다. 언어권별로 각각의 시장이 지니고 있는 비중과 규모는 다르다. 태국시장은 2005년을 전후한 시기에 비하면 지금 판권료 수준도 크게 개선됐고, 현지시장에서 한국출판저작물에 대한 상품가치, 인지도, 경쟁력, 그리고 시장 점유율도 크게 상승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 그 뒤를 이어 한국출판계와 협력해 오고 있다. 이들 각 시장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학습만화, 영유아 대상의 학습물, 성인대상의 실용서 등이 인기다.

한국출판은 열악한 시장 환경에서 각자의 생존을 위해 민첩한 기획과 감각적인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데 익숙하다. 큰 장점이다. 이것이 중화권을 넘어 동남아시장에 다가가는 동력이다. 현재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의 시장은 미개척지다. 따라서 각 나라별 단계적 접근전략을 세우고 각각의 시장으로 진출한다면 한국출판이 꼭 암울한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다. 주력해야 할 현재의 시장과 치밀한 준비를 하여 나가야 할 미래시장이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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