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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박영상] ‘빈 글러브 태그’ 사건을 보면서…
지난 9일 벌어졌던 삼성과 SK 프로야구 경기에서 나온 김광현의 소위 ‘빈 글러브 태그’는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하는 숙제를 던져 주고 있다. 야구경기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측과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조그만 일이기 때문에 표면에선 곧 사라졌지만 스포츠맨의 윤리나 도덕과 관련지어 곱씹어 볼 필요는 있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4회말 2사 2루 상황에서 삼성 박석민이 친 뜬공을 잡기 위해 SK의 김광현, 브라운이 뛰어 왔고 공은 바운드가 되었다. 김광현은 홈으로 파고드는 삼성 최형우를 태그하여 아웃 판정이 내려졌고 이닝은 종료되었다. 그러나 태그를 한 김광현의 글러브에는 공이 없었다. 말하자면 빈 글러브로 아웃카운트를 잡은 것이다. 야구 규칙 위반이다.

이 행동이 중계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히면서 논란은 시작되었다. 심판을 속이고 관중을 속이고 공명정대해야 할 스포츠 정신을 훼손한 큰 잘못이라는 주장이 이어졌다. 한편 당사자들은 고의성이 없었고 게임에 대한 열정이 넘쳐 그것을 알지 못했다고 변명하고 있다. 또 그 일에 대해서 아무도 어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스포츠맨십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그러나 공명정대, 규칙의 존중, 상대방에 대한 배려 등을 바탕으로 기량을 겨뤄 승패를 가늠하는 것쯤으로 뭉뚱그릴 수 있다.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선수의 기량을 앞선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규칙을 지키는 것은 도덕적인 행위의 다른 모습이다.

도덕이란 옳고 그른 행위를 판별하여 사회를 품격있게 만들고 유지하는 문화적인 규칙이다. 규칙을 따른다는 것은 말 그대로 규칙대로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도덕적이고 스포츠맨다운 행동이다. 규칙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이나 상황에 맞춘 응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규칙을 벗어난 행위는 아무리 출중한 것이라도 도덕적인 것은 아니다. 이것이 바로 페어플레이 정신의 근간이라는 점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다.

이번 일이 일어난 후 선수 본인은 함구하고 있고 구단은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만 강조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비도덕적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경기가 원만히 끝났다고 해도 빈 글러브 태그에 대한 소상한 설명이 있어야만 했다. 그것은 명백한 규칙 위반이었고 잘못된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얼버무리고 지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다면 이는 스포츠 정신을 정면으로 부인한 비도덕적 행동이다. 과정의 아름다움이 스포츠가 지녀야 할 으뜸의 가치이고 덕목이기 때문이다.

흔히 프로는 디테일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모든 것 하나하나가 완벽해야 한다는 장인정신을 강조한 말이지만 프로 선수에게는 그라운드는 물론일상생활도 덕성스러워야 한다는 규범적 선언이다. 모두가 규칙에 충실할 때 음주운전도, 약물 복용사건도 일어날 수 없다. 그런 뜻에서 엉거주춤하게 이번 사건을 넘긴 SK나 김광현의 행동은 도덕적으론 잘못 된 일이다. 사후에라도 잘못을 진솔하게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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