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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복지개혁하는 영국에선 BBC도 살빼는데...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영국은 지금 복지개혁 법안으로 뜨겁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복지개혁은 ‘최저임금 상향, 법인세 인하, 복지 축소’로 요약된다. 각 부처 예산을 2019~20년까지 20~40%씩 줄여 총 200억파운드의 정부 지출을 삭감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공영방송 BBC도 이같은 정부 복지예산 축소의 유탄을 맞았다. 75세 이상 시청자에 대한 수신료 면제를 충당하던 정부 보조금 7억2500만파운드가 끊기게 됐기 때문이다. TV에서 인터넷과 모바일로의 시청자 이동, 수신료 체납자에 대한 형사처벌 금지 등 거스를 수 없는 미디어 환경 변화와 법제 변화의 악재도 한꺼번에 겹쳤다.

BBC가 위기 돌파구로 택한 것은 고강도 개혁이다.

지난해 기준 BBC 직원은 1만6672명이며, 이 중 245명은 연봉 10만파운드(1억8000만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다. 직원 가운데 32%는 보도, 27%는 콘텐츠 제작, 11%는 기술, 10%는 콘텐츠 관리, 20%는 지원부문으로 분포돼 있다.

BBC는 조직 슬림화와 핵심역량 강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관리자급 인력 1000명 감원하고, 젊은층의 시청 패턴 변화에 따라 청소년 채널 BBC3를 폐지했다. 기술과 엔니지어링 부문은 통합하고,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회계, 인사 등 지원부서 조직을 단순화하기로 했다. 10개에 달하던 직급체계를 최대 7개로 줄여 의사결정 구조도 단순화했다.

토니 홀 BBC사장은 “더 단순하고 더 날씬하게 하는 것이 재정위기에 직면해서 할 수 있는 올바른 일”이라고 말했다.

돈 새는 구멍도 막기로 했다. 2001년 도입된 75세 이상 시청자에 대한 수신료 면제 혜택이 수정된다. BBC는 75세 이상 시청자도 형편에 따라서 자발적으로 수신료를 내도록 유도해 갈 방침이다.

토니 홀 사장은 또 ‘인터넷 퍼스트’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BBC뉴스 채널을 전통 방송이 아닌 인터넷에서만 서비스하는 계획까지 염두한 것으로 해석됐다.

BBC는 이렇게 해서 2017년까지 연 15억 파운드를 절감할 계획이다.

BBC는 설립 후 93년간 전세계 공영방송의 롤모델이 돼 왔다는 점에서 BBC의 강도높은 구조 개혁은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만일 똑같은 상황이 한국에서 벌어진다면 어떨까? 당장 지상파 방송사 노조로부터 언론의 독립성 훼손이니 시청자 주권 침해이니 볼멘 소리가 먼저 터져나왔을 것이다.

우리 정치권에서 노동 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캐머런 정부의 강도높은 개혁을 모범사례로 꼽고 있다. 영국 정부의 복지, 노동 개혁 칼바람에는 공영방송이라도 해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상황은 좀 달라 보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편파성 논란에 휩쓸리는 지상파 방송이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광고총량제 허용, UHD 시험방송 채널용 주파수 배분 등에서 지상파 방송사 퍼주기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공영방송 위기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BBC 사장 말대로 ‘더 단순화하고 더 날씬하게 하는 것’을 요구하는 게 더 제대로 된 처방이 아닐까 싶다. 정부도, 가계도, 기업도 다 빚더미인데, 공영방송만 살더미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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