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상가 공동투자의 유혹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 최근 용인 서천지구의 46㎡(이하 전용면적)의 상가(1층)를 5억6000만원에 분양 받은 A씨는 옆의 매장(42㎡) 주인 B씨와 협의해 매장을 합쳐 고깃집 임대를 놓기로 했다. 인근 배후 산업단지인 삼성반도체 공장의 수요를 끌어 들이려면 작은 면적으로 임대를 놓아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A씨는 “요즘은 규모가 작은 매장엔 손님들이 잘 오지 않기 때문에 매장을 합쳐 임차인을 들이는 게 상가 투자자나 임차인 입장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상가시장에 공동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상가 분양은 작게 받으면서도 규모가 크고 지명도가 있는 우량 임차인들을 입점 시키기 위해 상가합병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상가업계에 따르면 최근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상가 매장의 규모는 보통 33~49㎡ 크기다. 규모가 크지 않아 분양받을 때 큰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최근 위례신도시에 공급한 ‘위례아이파크에비뉴’와 반도건설이 공급하는 동탄2신도시 ‘카림에비뉴 동탄’의 경우 공급 물량의 80%가 이 면적에 몰려 있다. 롯데건설이 2013년 공급한 상가도 대부분 33~49㎡ 규모로 맞추고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상가의 경우 일반적으로 수도권에는 4억~5억원 정도로 공급하는데 그 크기가 33~40㎡ 수준”이라며 “이 정도 크기로 공급하면 당장 2억원정도만 여유자금이 있으면 대출을 활용해 투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초저금리 영향으로 상가투자에 관심 있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다 쉽게 투자 할 수 있도록 분양금액을 낮추기 위한 방편으로 전용면적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크기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임차인을 유치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카림에비뉴동탄’ 분양대행을 맡았던 비제이플랜의 박병준 대표는 “소형 면적으로 상가 분양을 하면 투자자 모집은 쉬운데 임대료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유명 커피숍, 음식점, 은행 등 우량 임차인을 모집하는데 한계가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유명 브랜드 커피전문점을 내려면 매장 규모가 일정 크기 이상이어야 한다. 예컨대 ‘탐엔탐스’ 매장을 열기 위해선 최소 99㎡ 매장이 필요하고, 권장 면적은 148㎡나 된다.

그래서 나온 게 ‘상가합병’이다. 2명 이상의 투자자들이 상가를 합쳐 매장 범위를 넓힌 후 1명의 임차인과 계약하는 것이다. 상가합병에 동의한 매장 주인들은 상가 위치, 면적 등에 따라 임대료를 정하고 각각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한다. 
상가합병을 통해 임차인을 모집하고 있는 위례 현대산업개발의 ‘위례 아이파크 에비뉴’

시행사 네오벨류의 김현철 팀장은 “투자자들끼리 합병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과 같이 분양이 잘되는 경우에는 시행사나 분양대행사들이 임대관리전문업체와 계약을 맺은 뒤 투자자들의 동의를 받아 상가합병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상가를 공동 투자 방식으로 분양한 GS건설 관계자는 “유명 옷가게, 커피숍 등이 들어올 경우 임차인 리스크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상권이 활성화돼 건물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가 공동투자는 주의해야할 점도 많다. 여러 임대인이 모여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동업’이나 마찬가지다. 동업을 하면서 발생하는 사업상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투자자 중 한명이라도 경제사정이 나빠져 매장을 정리하게 된다면 다른 투자자들은 낭패를 볼 수 있다. 당장 월세를 높여 수익을 올리자는 투자자와 안정적인 상가 운영을 위해선 임차인 부담이 큰 월세인상은 안된다는 투자자끼리 의견 충돌이 생길 수도 있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는 “상가 합병시 임대인 사이 분쟁을 미연에 막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공증 등을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선종필 상가레이다 대표는 “공동투자를 하더라도 임대인은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각각 따로 쓰기 때문에 임대료 인상 폭 등에 잡음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