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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 진주의 희망으로 ‘우뚝’
공공임대리츠 도입등 지출 감소2013년후 꾸준히 부채 12兆감축경남도와 지역인재 우선채용 등지역경제 활성화 적극 나서
전국적인 가뭄에 모처럼 단비가 내리던 지난달 30일 오후 진주혁신도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신사옥 대강당에서 열린 개청식에는 예상보다 많은 지역주민이 몰려 앉을 자리가 없었다. 당초 800여명을 초청했지만 1000여명이 찾아와 일부 주민은 강당 뒷편과 복도에서 서서 행사를 지켜봤다.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축사를 하다 갑자기 “LH가 진주에 왔으니 이젠 도내 인재를 의무적으로 채용할 것을 약속해 주세요. 항공산업단지 건설도 적극 참여해 주세요. 이재영 사장님 하실 거죠?”라고 이재영 LH 사장을 압박(?)했다. 이 사장은 잠시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네”라고 답변했고, 장내는 순간 웃음바다가 됐다. 
진주혁신도시 신사옥 대강당서 열린 개청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는 이재영 LH 사장.

이창희 진주시장은 “우리나라 최대 공기업인 LH는 이제 진주의 발전과 희망의 상징이 됐다”고 했다.

LH가 분당시대를 마감하고 ‘진주 시대’를 열었다. LH는 진주혁신도시를 국가균형발전 상징모델로 발전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재영 사장은 “진주시대를 맞은 LH는 계속된 혁신과 변화를 통해 우리의 성과를 구체적, 실질적으로 보여주고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게 할 것”이라며 “제2의 LH를 창립하겠다는 각오로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자세로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013년 이후 금융부채 12조원 줄여= LH가 진주시대에도 가장 중점적으로 노력하는 건 역시 ‘부채 감축’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새 보금자리인 진주사옥 1층에 설치한 ‘부채시계’다. 신사옥 정문으로 입장해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바로 눈에 들어온다. 이 사장은 “LH의 가장 큰 치부지만 하루 단위로 공개해 부채를 줄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LH 노력은 이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2013년말 105조7000억원이던 금융부채는 지난해말 98조5000여억원으로 줄어 10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감소해 7월20일 기준 93조7744억원까지 금융부채를 줄였다. 2년 새 총 금융부채 감축액만 12조원에 육박한다. 이자 비용만으로 약 4000억원을 줄였다.

LH의 이런 성과는 공신력 있는 해외 신용평가 기관의 신뢰를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 작년 이후 LH 신용등급은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무디스ㆍS&Pㆍ피치) 모두로부터 대한민국 정부와 동일한 수준으로 상향 조정되는 결과를 얻었다. 이런 성과는 수입은 극대화하고 지출은 수입 범위 내로 줄이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한데 따른 것이다.

LH는 작년 최대 토지 판매 실적(27조2000억원)을 거둔데 이어 올해도 7월 첫주 현재까지 잠정 14조3000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전 직원이 참여하는 강력한 판매목표관리제를 시행한 덕분이다.

반면 지출은 최대한 줄였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 공적 기능을 확대하면서도 지출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공공임대 리츠(부동산투자회사)’, ‘대행개발’ 등 민간이 참여하는 새로운 사업방식을 도입했다. 그동안 임대주택을 지으면 지을수록 적자가 쌓였던 건 빚을 내 임대주택을 짓고 분양대금으로 이를 갚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츠나 대행개발 방식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면 택지비를 빨리 회수할 수 있고, 건축비도 리츠가 조달하기 때문에 LH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LH는 이 방법으로 투자할 사업비를 연간 20% 줄이는 데 성공했고, 앞으로도 매년 수조원의 지출 감소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빨빠른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 LH는 진주 신청사 개청식을 열고 2주후인 이달 13일 경남도청과 ‘지역인재 우선채용 및 지역개발업무 상호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LH가 지역인재 우선 채용과 경남의 낙후된 지역의 도시계획, 도시재생, 주거복지 사업 등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내용이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기업 가운데 가장 발빠른 행보라는 평가를 받는다. LH와 경남도는 업무협약 내용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실무협의회를 꾸려 세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사장은 “LH가 오니까 더 살기 좋아졌다고 지역주민이 피부로 느껴야만 LH 이전도 성공적인 것”이라며 “협력업체 연쇄 이전을 촉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불을 지피는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지역경제에 이바지 하겠다”고 했다.

부채감축을 통한 건전한 재무상태로 환골탈퇴하고, 주거복지전문기업으로 전국민을 상대로 다양한 공공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LH에게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또 다른 숙제가 생긴 셈이다. 진주시대를 연 LH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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